가수 조용필이 두 팔을 활짝 뻗고 등장했다. ‘가왕’의 귀환이었다.
조용필은 23일 정규20집 ‘20’을 발매를 기념해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2013년 ‘헬로(Hello)’이후 11년 만의 정규앨범으로 지난 2년간 리드 싱글 ‘로드 투 트웬티(20)-프렐류드’ 1·2로 컴백을 예고했고, 약속대로 대중 앞에 섰다.
데뷔 56년을 맞은 대한민국 가요계의 역사다. 취재진을 마주한 조용필은 “70이 넘어 어려웠지만 열심히 해봤다. 쑥스럽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려 11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뒷 모습이 담긴 앨범 자켓, 여운을 남기는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까지 앨범 발매 전부터 ‘조용필의 마지막 앨범’이라는 추측이 이어졌다. 조용필 역시 “아마 앨범으로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약간 미쳐서 21집까지 낼지도 모른다”고 웃어 보였다. 음악 활동을 중단할 생각은 아니다. 이달 초까지 녹음에 매진한 곡은 ‘20’에 담기지 못했다. 추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청자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스포츠 경기에서 착안해 곡이 탄생했다. 패자의 팬으로서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순 없다’고 이야기한다. ‘늦어도 돼’, ‘자신을 믿어봐’, ‘새로운 시작’ 등의 노랫말로 힘을 보낸다. 조용필은 “둘러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직선적으로 이야기하는 가사가 필요했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다.
과거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았던 자신의 경험을 담아 응원과 위로를 건넨다. “뭐든지 힘든 과정이 있어야 하나의 것을 완성할 수 있다. 지금 힘들다고 계속 힘들어하면 결국 못한다. 힘들어도 끝을 내봐야 작은 발전이라도 있을 수 있다”는 인생 선배이자, 선배 가수로서의 조언이 담겼다.
가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래도 돼’를 들려주고 싶은 과거도 있다. 1992년도 ‘방송 중단’을 선언했던 때가 그렇다. 가수의 직업을 가지고 온갖 예능에 출연하며 ‘내가 방송인으로 남진 않을까’ 고민했던 시기였다. 콘서트만 하겠다고 자신 있게 선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연장의 관객 수도 줄었다. 조용필은 ‘내가 히트곡이 이렇게나 많은데’ 생각했다. 홍보가 안 되더라. (흥행에 성공한) 19집은 운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새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한 곡을 녹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남짓이지만 길고 긴 준비 과정을 거친다. 코러스조차 99.9%를 소화하는 가수다. 그 중 수록곡 중 ‘왜’는 보컬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수 인생에서 가장 길게 연습을 거친 곡이다. 마지막 곡 ‘라’는 파격적인 비트로 흥겨운 분위기를 내는 일렉트로니카 트랙이다. “계속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면서도 “‘그래도 하고 싶은데…’하면서 하게 된 곡”이라고 소개했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중의 취향도 문화도 빠르게 변했다. 조용필은 “요즘 친구들에겐 ‘이름은 들어봤지’, ‘노래는 괜찮더라’라고 인식될 수 있을 것도 같다”고 말했다. 대중 가수로서 트렌드를 파악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후배 가수들의 공연에 꽃을 보내 응원을 건네는 조용필의 일화는 유명하다. ‘20’은 외국 작곡가와 협업해 수정을 거듭했다. 큐알코드를 찍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포토카드 형태의 앨범조차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조용필의 노력을 의미한다.
쉬지 않고 배우고 연구한다. 지금도 흥미로운 창법을 발견하면 바로 시험해본다. 조용필은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 표현은 대중의 표현”이라며 “나이를 먹으면서 깨닫게 돼 더 디테일하게 연구하게 된다. 음악은 삶에 대한 연구이자 끝없는 도전”이라고 했다.
전 세계가 반응하고 있는 K-컬쳐도 한 순간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조용필은 “갑자기 방탄소년단이 된 건 줄 알았는데, 한류는 90년대 말부터 조금씩 발전해갔더라. 90년대 말부터 2000년도 초까지 굉장히 외국에 어필이 된 것 같다”면서 “(내가)키가 크고 잘생겼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했지만, K-팝이 조금 늦게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유쾌한 답변을 내놨다.
지난 56년의 음악 생활은 ‘도전’이었다. “해보고 싶었던 욕망이 너무 많았다”는 그는 “결국 다 이루지 못하고 끝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지막 인사를 전한 조용필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다음에 어떤 곡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는 계속하고 싶어요.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그만두겠습니다. 그때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세계일보 한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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