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씨면, 경기 시작 안했어야….”
야속한 비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PS) 사상 첫 서스펜디드 경기(Suspended Game·일시정지 경기)가 확정됐다. 삼성은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서 KIA와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을 치렀다. 1-0으로 앞선 6회 초 무사 1,2루 절호의 찬스를 잡았으나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로 경기가 중단됐다. 40분 가까이 기다렸으나 비는 그칠 생각이 없었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22일 오후 4시 삼성의 6회 초 공격서 재개된다.
양 팀 모두 아쉬운 마음이 클 터. 특히 삼성 쪽에서 불만을 토로할 만하다. 기본적으로 경기 흐름이 삼성 쪽으로 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6회 초 김헌곤의 솔로 홈런으로 득점의 물꼬를 튼 데다 르윈 디아즈, 강민호 역시 연거푸 볼넷으로 나갔다. 심지어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투구 수 역시 66개로 효율적이었다. 충분히 이닝을 더 끌고 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하늘의 심술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틀 연속 등판은 무리다.
사령탑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경기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이 정말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상대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의 구위가 워낙 좋아 고전했지만, 김헌곤이 홈런으로 리드하는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런 가운데 중단이 돼 아쉽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라면 (경기에) 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컨디션 맞추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정상적인 경기력이 나오긴 힘들거라 봤다”고 전했다.
삼성은 LG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경기(3승1패)를 치르고 올라왔다. 체력적, 정신적 피로감이 크다. 버텨야 한다. 당장 2차전 선발투수로 누구를 해야 할 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앞서 있는 만큼 1차전은 어떻게 해서든 잡아야 한다. 박진만 감독은 “1차전이 우선 중요하지 않나. 일단 2차전 선발투수로 좌완 이승현과 황동재를 생각하고 있다. (1차전 남은 경기에) 누가 우선적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주=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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