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당황을 유도하려고 한다.”
오재현(SK)은 자타공인 성실맨이다. 한양대 가드는 ‘믿고 쓴다’는 말이 붙을 정도로, 많은 훈련량을 바탕으로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자원들이 프로로 향했다. 오재현 역시 그중에 한 명. 2라운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에 2라운드 1순위로 뽑혔다.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수비가 좋아 코트 위에 ‘전담 수비수’로 나설 때가 많았다.
지난 시즌부터 달라졌다. SK에 가드진이 줄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공수를 모두 책임지는 중책을 맡았다. 쉽지만은 않았다.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려도 팀이 지면 자책을 하곤 했다. 코트 위의 사령탑의 무게는 무겁게만 느껴졌다. SK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4위로 마감, 6강 플레이오프에서 KCC를 만나 탈락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오재현은 첫 최우수 수비수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새 시즌은 한층 성장했다. 김선형 등이 이끄는 가드진에 당당히 주축으로서 코트를 누빈다. 사령탑의 신임은 당연하다. 전희철 SK 감독은 “수비력이 좋고 스틸에 재간이 있다”라고 오재현을 칭찬했다.
지난 20일 정관장전에서 오재현은 불을 뿜었다. 5반칙을 코트를 물러났으나, 그의 퇴장에는 환호가 쏟아질 정도였다. 31분 18초를 뛰면서 16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5스틸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기 때문. 특히 수비에서 강한 압박을 토대로 상대의 공을 훔쳐내 역전승의 발판을 만들어냈다. 함께 뛴 안영준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영준은 “(오)재현이가 앞에서 정말 잘했다”며 웃었다.
오재현도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오재현은 “수비에서 재미를 많이 느끼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야 그날 경기가 잘 풀린다”며 “좋은 수비 후에 쉬운 득점이 나올 때 우리 경기력이 좋다. 나도 (최)원혁이 형도 상대의 당황을 유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KBL은 하드콜, 거친 몸싸움에 대해 어느 정도 관대한 기준을 가진 판정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수비에서 강점이 있는 오재현에겐 희소식이다. 오재현은 “2번의 경기를 치르면서 마음가짐이 달랐다. 1차전에선 바뀐 콜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2차전은 터프하게 했다. 이런 마인드로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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