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흑백요리사’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지상파 예능의 한계가 다시 한번 뚜렷하게 드러났다. 화려한 색채 대신 흑백 화면으로 요리의 과정을 담아낸 이 작품은 전통적인 예능 포맷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감각적이고 정제된 몰입감을 선사했다. 단순한 웃음과 자극에 치중하는 대신 깊이 있는 연출과 미학적 접근으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작품의 성공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상파 예능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상파 예능은 오랜 기간 동안 대중성을 추구하며 성공을 거둬왔다. 하지만 다양한 제약 속에 유사한 포맷의 반복이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공개 코미디는 포맷의 고갈로 쇠퇴했고, 여행과 오디션을 다룬 프로그램은 너무 자주 등장하며 새로움 대신 식상함을 남겼다. 시청자들은 예측 가능한 웃음과 정형화된 구성을 점점 외면하기 시작했다. 반면 흑백요리사는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 단순한 요리 예능을 예술적 경험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는 시청자들이 이제 더 이상 익숙한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자극과 몰입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상파 예능의 또 다른 문제는 창의적인 시도의 한계다. 엄격한 심의와 규제는 프로그램의 표현을 제한하고 신선한 시도를 어렵게 만든다. 지상파는 여전히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하고, 검열과 대중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현의 수위와 자유로움이 축소되고, 과감한 실험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하게 만든다. 반면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은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흑백요리사처럼 단순한 포맷을 혁신적으로 풀어내는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는 이유다.
더 이상 시청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모여 지상파 예능을 기다리지 않는다. 온디맨드 방식의 소비가 자리 잡으면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일상이 됐다. OTT와 유튜브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며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흑백요리사의 성공도 시청 패턴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느린 호흡과 깊이 있는 서사로 몰입감을 주며, 기존 TV 예능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정서를 전달한다.
그렇다면 지상파 예능은 이제 끝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다만 변화와 혁신이 필수적이다. 지상파는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OTT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포맷을 실험하고,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대중성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세분화된 시청자층을 공략할 수 있는 독창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또한 지상파는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고 실험적인 기획을 도입해야 한다. SNL 코리아가 OTT에서 성공적으로 부활했듯이 지상파도 보다 자유롭고 대담한 콘텐츠를 선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더 이상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지향하기보다는 특정 취향에 맞춘 정교한 콘텐츠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
결국 틀을 깨지 않으면 도태된다. 흑백요리사의 성공은 단순한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라 콘텐츠 소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지상파 예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춰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반복되는 안전한 포맷과 규제 속에 갇혀 있다면 대중은 점점 더 빠르게 등을 돌릴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새로운 도전이야말로 지상파 예능이 부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상파가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혁신을 통해 다시 한 번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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