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21년 걸렸네요.”
‘베테랑’ 강민호(삼성)는 KBO리그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포수다. 인상적인 발자취를 대거 남겼다. 대표적인 부분이 최다 경기 출전이다. KBO리그 정규리그서 2369경기에 나섰다. 이 부문 2위 최정(SSG·2283경기), 3위 박용택(은퇴·2237경기) 등을 앞질렀다. 오랜 시간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했다.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안게임(AG) 등에 나섰다. 수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곳이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다.
이번 가을이 더 각별하게 느껴진 까닭이다. 1985년생인 강민호의 경우 2004년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야구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를 할 날이, 한 날보다 적다.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른다. 우스갯소리로 “KS 냄새라도 맡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그 마음을 알기에 후배들도 똘똘 뭉쳤다. ‘에이스’ 원태인은 “(강)민호형이 굳이 말씀하시지 않아도 어떤 맘인지 잘 알고 있다. 반드시 KS에 갈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직접 문을 열었다.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이었다. 8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강민호는 손주영을 상대로 3볼-1스트라이크서 그림 같은 아치를 그려냈다. 147㎞짜리 직구를 제대로 통타했다. 파워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대로 담장을 넘겼다. 강민호는 “알고 보니, 당시 웨이팅 사인이 났더라”면서 “후배들이 정말 잘해줬다. 4차전만큼은 내가 멱살 잡고 KS로 향한 것 같다”고 웃었다.
오랜 숙원을 풀었다. 강민호는 “(KS 진출 관련) 인터뷰를 꼭 해보고 싶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확히 21년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최다 경기에 나서면서도 KS 못 가본 선수’란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이번에 하나 뗐다. 뗀 김에, 우승 없는 선수 꼬리표도 떼보겠다”고 밝혔다. 각오가 대단하다. 정규리그 상대전적은 밀렸지만 단기전은 또 다르다. 강민호는 “좋은 기회가 왔다. 분위가 좋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후회 없이 싸워보겠다”고 강조했다.
잠실=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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