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옷이지만, 첫 걸음의 설렘은 똑같다.
프로야구 LG의 손주영은 올해 팀 토종 선발진에 혜성처럼 나타나 대들보로 활약했다. 정규시즌 28경기에 나서 9승 10패 1홀드, 평균자책점 3.79(144⅔이닝 61자책점)를 찍었다. 올해 전까지 1군 등판이 22경기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LG가 이번 시즌 챙긴 최고의 수확이다.
그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LG가 3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치며 닿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 손주영은 아직 가을야구 등판 경기가 없다. 지난해 LG가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빚을 당시 한국시리즈 30인 엔트리에 승선했지만, 마운드를 밟지는 못했다.
설레는 처음, 다만 익숙치 않은 옷을 입고 나서야 한다. 염경엽 LG 감독이 올해 유독 약해진 팀 불펜진 보완을 위해 이번 단기전에 선발 자원을 불펜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실제로 중간 투수로 보직을 바꿔 앞선 1∼2차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남기기도 했다. 2연투를 남긴 그를 대신해 이번에는 손주영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손주영은 “불펜을 (많이) 안 해봤다. 몸이 좀 늦게 풀리는 편이다. 최대한 빨리, 미리미리 준비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1∼2차전에서) 3∼4번 정도 몸을 풀었는데, 공은 많이 안 던졌다. 팔은 상당히 좋은 상태”라고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별 문제 없으면 (최)원태 형과 저로 끝내고 싶다. 형들이 쉬면 좋은거니까”라며 선발 2명이 함께 나서는 경기가 된 만큼, LG가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떨리는 것도 없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의 기억이 너무 강렬하다”고 웃는 그다. 긴장감도 많이 수그러든 만큼, 가지고 있는 역량을 이 무대에서 발휘할 일만 남았다. 좋은 퍼포먼스와 함께라면 삼성이 기다리는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을 따낼 경우, 선발로 복귀하는 그림도 충분히 그려볼 만하다.
손주영은 “준PO 1차전 이기면 4차전 선발이었는데, 패배로 등판이 취소됐다”며 “(임찬규의 준PO 2차전을 보면서) 저도 PO 가서 저렇게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PO는 선발로 나갈 것 같다. 그런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고 눈을 번뜩였다.
수원=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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