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쓰임새, 자꾸만 손이 간다.
막바지를 향해 내달리는 2024 KBO리그, 순위표 꼭대기에 서있는 KIA의 눈은 이미 다가올 한국시리즈(KS) 무대로 향해 있다. 정규시즌 우승 조기 확정과 함께 1군 엔트리에서 주전들을 대거 제외하며 숨고르기에 나섰다.
편안한 분위기다. 덕분에 KIA 이범호 감독은 함평에서 땀흘리던 유망주들을 광주로 불러들여 직접 눈에 담는 여유를 만끽한다. 사령탑은 “매년 좋은 선수 1명씩을 만든다는 계획을 짰다. 제 아무리 좋은 선수가 많더라도 4∼5명을 한 번에 엔트리에 넣을 수는 없다. 다음해에 집중해야할 자원이 누구일지 체크하는 좋은 기회”라고 미소 짓는다.
KIA가 기대하는 내야수 윤도현이 바로 그 자리를 탐낸다. 화정초-무등중-광주일고를 나온 광주 토박이는 2022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15순위로 고향 팀의 부름을 받았다. ‘슈퍼스타’ 김도영과 드래프트 동기다. KIA는 동갑내기 젊은 내야수들이 일으킬 시너지에 초점을 맞췄다.
‘절친’ 김도영은 이미 KBO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윤도현의 커리어는 다소 굴곡지다. 줄부상이 문제였다. 2022시즌 시범경기에서 오른 손가락 중수골 골절을 다쳐 통으로 1년을 건너뛰었다. 2023시즌에는 대수비로 출전해 잊지 못할 데뷔전을 치렀으나, 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그날이 유일한 출전 경기로 남고 말았다. 올해도 부상 악령은 그를 놓지 않았다. 지난 4월 퓨처스리그 경기 도중 당한 왼 손가락 중수골 골절 부상에 또 멈춰서야 했다.
지긋지긋했을 재활 터널. 드디어 뚫었다. 올해 2군 성적(22경기 타율 0.257)은 시원치 않았지만 지난 21일 이범호 감독이 과감히 그를 불러들였고, 보란듯이 응답했다. 23일 맞이한 생애 첫 선발 기회를 3안타로 물들였다. 데뷔 첫 안타, 첫 타점, 첫 득점이 쏟아졌다. 24일에도 2루타만 2개를 터뜨리며 자신의 타격 능력을 유감 없이 뽐냈다. 이범호 감독이 “타격에서 확실히 장점이 많은 선수”라고 엄지를 세울 정도다.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유틸성도 매력적이다. 23일에는 3루수로, 24일에는 2루수로 출전했다. 이 감독은 “퓨처스에서 2루와 3루를 주로 뛰었다. 그 자리에서 (경기) 뒤에 (대수비로) 나갈 수 있는 컨디션인지를 코치들과 체크하고 있다”며 “유격수도 시켜볼 생각이다. 어디서 움직임과 바운드 맞추는 모습이 나은지는,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최적 포지션이 어디일지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S 30인 엔트리를 염두에 둔 실험들이다. 사령탑은 “지금 경기를 나서는 (백업) 선수들은 사실 KS에서 타석이 많이 주어질 상황은 아니다. 수비, 주루 부분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어떤 선수를 활용할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도현이 바로 그 백업 후보로 강력하게 떠오르는 셈이다. 아직 1군조차 익숙치 않지만, 당연히 기대감은 피어오른다. 윤도현은 “대주자, 대타, 대수비 모두 가능하다. 적은 잔여경기지만 감독님께 최고의 모습, 100%를 보여드려야 (엔트리 진입) 가능성이 있을까 말까 싶다”며 큰 무대를 향한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광주=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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