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하나 없던 그룹 방탄소년단이 슈가(본명 민윤기)의 음주운전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음주운전 발각 이후 슈가와 소속사는 거짓 해명과 사안 축소 논란으로 여론에 분노를 키웠다.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명) 내에선 슈가의 탈퇴를 요구하는 여론과 반대 여론이 극심하게 분열하고 있다.
K팝을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알린 시초이자 대표 그룹으로서 슈가는 진과 함께 맏형 라인으로 팀을 지켜왔다. 그러나 음주운전으로 대중에 실망감을 안긴 것은 물론 멤버와 더불어 다른 동료에게까지 피해를 끼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사건 이후 어느새 열흘을 넘긴 슈가의 음주운전 타임라인을 정리했다.
◆8월 7일: 슈가 “킥보드 타면 안 되는지 몰랐다” 사과…알고보니 스쿠터
7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슈가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슈가는 전날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 일대에서 음주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몰다 넘어진 채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넘어진 슈가를 도와주기 위해 다가갔다가 술 냄새가 나서 근처 지구대로 인계했다.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슈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를 마친 슈가는 귀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슈가는 이날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어젯밤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신 후 전동 킥보드를 타고 귀가했다. 가까운 거리라는 안이한 생각과 음주 상태에서는 전동 킥보드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도로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도 “슈가는 귀가 중 헬멧을 착용한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이용했다. 500m 정도 이동 후 주차 시 넘어졌다”며 “이 사건으로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실제로 슈가가 몰았던 건 킥보드가 아닌 스쿠터인 것으로 드러났다. 슈가의 음주운전 사고가 전동 킥보드로 알려지자 경찰은 언론에 ‘슈가가 탄 모델은 안장이 있는 모델’이라고 밝혔다. 안장이 있는 모델은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가 아닌 ‘전동 스쿠터’로 분류된다. 최고 시속이 25km 미만인 전동 킥보드를 타다 음주에 걸리면 10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지만 시속 30km까지 나오는 전동스쿠터는 면허 취소는 물론, 징역형이나 벌금형 등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에 따른 형사처벌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소속사는 ‘범칙금과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고 공지하며 사건이 마치 종결된 것처럼 설명했다. 슈가 측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에 직면한 이유다.
◆8월 8일: 소속사 “킥보드→스쿠터, 사안 축소 의도 없어”
논란과 커지자 결국 빅히트 뮤직은 “당사에서는 아티스트가 이용한 제품을 안장이 달린 형태의 킥보드라고 판단해 ‘전동 킥보드’라고 설명해 드렸다. 추가 확인 과정에서 제품의 성능과 사양에 따라 분류가 달라지고, 사고에 대한 책임 범위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됐다. 일각에서 말씀하시는 바와 같이 사안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건이 마치 종결된 것처럼 입장을 발표했다는 비판을 두고는 “당사와 아티스트 모두 향후 절차가 남아있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해당 사안이 종결된 것으로 잘못 인지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 내부 커뮤니케이션 착오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드린 점 죄송하다”고 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슈가의 복무 기간 연장 등 별도 조치를 두고는 병무청이 입을 열었다. 슈가는 지난해 9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 중이다. 소집해제일은 내년 6월이지만 복무기관장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으면 1회당 5일간 복무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한 누리꾼이 슈가의 음주운전을 두고 병무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병무청은 이날 “근무 시간 외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품위 손상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병무청 차원의 경고나, 슈가가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받는 영향도 없다”고 밝혔다.
◆8월 9일: 맥주 한 잔 마셨다더니 0.227%…역대 최고 음주운전 ‘만취 아이돌’
슈가는 경찰에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잠깐 운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만취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등에 따르면 슈가가 음주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몰다가 넘어진 채로 발견됐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만취 수준인 0.22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이 적발된 K팝 아이돌 중 ‘역대 최고’ 수치다.
현행법상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08% 이상이면 면허취소 처분과 1년 이상 2년 이하 징역이나 5백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된다. 0.2%가 넘으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처벌이 가중된다.
맥주 한 잔 마셨다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실상은 만취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팬들은 물론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8월 11일: 슈가 경찰 소환 임박…포토라인 설까
용산경찰서는 슈가의 음주 경위, 음주량 등을 조사하기 위해 조만간 그를 경찰서로 부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슈가가 음주 운전으로 입건된 상태이기 때문에 절차에 따른 조사라고 덧붙였다. K팝을 대표하는 국내 최정상 아이돌 그룹 멤버가 경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
경찰은 당시 슈가를 알아보지 못했고, 슈가가 만취 상태여서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음주 측정만 한 뒤 귀가 조처했다. 슈가가 몰았던 전동스쿠터도 따로 압수하지 않았다. 슈가를 다시 소환해 조서 작성 등 추가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 다만 출석 날짜는 상호 간 조율이 필요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포토라인 설치 여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은 슈가의 면허 취소를 위한 행정 처분 절차에 돌입했다. 도로교통법 등에 따르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주소지를 관할하는 시도경찰청장에게 운전면허증을 반납해야 한다.
운전면허 취소 처분 대상자가 면허증을 제출한 경우에는 시도 경찰청장에게 임시운전증명서 발급을 신청해 받을 수 있다. 운전면허 취소 처분 대상자의 임시운전증명서 유효기간은 40일 이내다. 피의자가 출석했을 때 임시운전면허증을 발부하고 그 기간이 끝날 때 면허를 취소한다. 슈가의 면허취소도 40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8월 12일: 운전 중 술병 인증 ‘슈가챌린지’…세븐틴 승관→블핑 제니·로제 악플
SNS에선 슈가를 지지한다는 의미의 ‘슈가 챌린지’가 확산됐다. 차량 대시보드나 운전대가 보이도록 술병을 들고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 주로 해외팬들로 추정되는 이들은 해시태그로 ‘슈가챌린지’를 달고 “우리는 슈가를 지지한다” 등의 문구를 적어 올렸다.
게시글을 올린 이들이 실제로 술을 마셨는지, 음주 상태로 운전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같은 챌린지가 슈가와 방탄소년단을 비방하려는 안티들의 자작극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블랙핑크 팬들이 슈가를 음해하기 위해 만들어냈다는 루머가 번지면서 일부 아미들이 제니와 로제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로제 챌린지’·‘제니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로제와 마약 사진을 붙여 마치 로제가 마약사범인 것처럼 묘사하는가 하면 제니에게는 남성들의 사진을 붙여 성희롱 했다.
세븐틴 승관도 2차 가해 피해자가 됐다. 최근 세븐틴 승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맥주 브랜드 홍보 사진을 게재했다. 승관은 해당 게시물 댓글을 통해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라는 경고 문구를 적었다. 이는 주류 관련 홍보 게시물을 작성할 때 꼭 적어야 하는 문구지만 일부 아미들은 음주운전 물의를 빚은 슈가를 저격했다고 주장했다. 문구 뿐만 아니라 사진 속 승관이 들고 있는 제품이 ‘제로 슈가’라 슈가를 지목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며 아미들은 해당 게시물에서 승관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8월 13일: “민윤기 탈퇴해”…하이브 앞 등장한 근조화환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 슈가의 탈퇴를 요구하는 화환 시위가 벌어졌다. 13일 하이브 앞에 일렬로 펼쳐진 화환에는 슈가의 본명인 민윤기를 거론하며 “민윤기 탈퇴해” “우리 손을 놓은 건 너야” 등의 문구가 적혔다. 슈가의 그룹 탈퇴를 원하는 팬들이 자진해서 화환 공세를 펼치며 슈가의 팀 탈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탈퇴 의견에 뜻을 함께하는 개인 팬들이 모여 화환 시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팬들은 X(옛 트위터)에서 ‘음주운전자_민윤기_탈퇴해’ ’#민윤기_자진탈퇴’ 등 슈가의 탈퇴를 촉구하는 해시태그 운동도 벌였다. 방탄소년단 팬들이 자발적으로 음원 스트리밍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엑스 계정 ‘음원정보팀’도 슈가의 탈퇴를 촉구한 이후 계정을 탈퇴했다. 약 3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했던 해당 계정은 논란 이전까지 약 7천 개의 게시물을 올리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슈가가 음주 상태에서 전동 스쿠터를 운전하다 사고를 당한 현장 CCTV 영상도 공개됐다. 이날 연합뉴스TV는 CCTV 영상을 토대로 슈가가 지난 6일 밤 11시 1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거리에서 전동 스쿠터를 탄 채로 인도를 달리다가 경계석을 들이받고 넘어졌다고 했다. 슈가가 탔던 전동 스쿠터는 폭 110㎝, 높이 108㎝에 무게 2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개된 영상에서 인도를 달리던 슈가는 이내 경계석을 들이받고 넘어졌다. 순찰 중이던 경찰 기동대원들이 슈가를 발견한 뒤 인근 파출소에 지원을 요청했다. 10분 이내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했고, 음주 측정이 이뤄졌다. 당초 JTBC가 슈가라고 보도했던 나인원한남 반대편 방향으로 10차선 대로를 달리는 남성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은 오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8월 14일: 인도로 주행하다 아파트 입구서 혼자 ‘꽈당’…CCTV 공개
슈가의 동선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공개됐다.
14일 TV조선·동아일보에 따르면, 슈가는 지난 6일 오후 9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오거리 인근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인근 개인 작업실로 이동해 2차 술자리를 가졌다. 이어 같은 오후 11시쯤 작업실에 비치돼있던 자신의 전동 스쿠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오후 11시10분쯤 나인원한남 정문 앞에서 입구 안 쪽으로 좌회전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 3명을 지나쳐 달리던 그는 넘어진 후 벗겨진 헬멧을 주워 썼고, 경찰들은 슈가에게 도움을 주려 다가갔다. 슈가는 쓰러진 스쿠터를 일으켜 세워 다시 탔다가 경찰들과 대화 중 주춤거리며 스쿠터 안장에서 일어났다.
◆8월 16일: 근조 화환 이어 “슈가 탈퇴해” 트럭 시위…들끓는 팬덤 여론
슈가의 탈퇴를 요구하는 화환 시위에 이어 트럭 시위까지 벌어졌다.
SNS를 중심으로 모인 일부 팬들은 16일 하이브 사옥을 시작으로 슈가가 경찰에 발견됐던 건물, 홍대 등 서울 시내를 도는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트럭 시위를 주도했다며, 직접 인증 글을 올린 팬도 등장했다.
트럭에는 ‘음주운전자 슈가 탈퇴 D-day 는 오늘’, ‘팬들에게 떳떳이 고개 들라면서 돌아온 건 음주운전’, ‘방탄 11년 커리어 걷어찬 음주운전 누가 너만큼 해’, ‘알코올농도 커리어하이 0.227% 누가 너만큼 해' 등의 문구가 담겼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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