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생물학자가 탄생했다. 개브리엘 토머스(미국)이 주인공이다. 7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육상 여자 200m 결선에서 21초83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여자 100m 금메달리스트인 쥘리앵 앨프리드(세인트루시아)가 22초08로 2위, 브리트니 브라운(미국)이 22초20으로 3위를 차지했다. 토머스는 “이 순간을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 실제로 이뤄졌을 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웃었다.
토머스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생물학자다. 신경생물학과 국제보건학을 전공했다. 2019년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끝이 아니다. 2023년엔 텍사스 주립대 건강과학센터에서 공중보건학 석사를 땄다. ‘수면 장애의 인종적 불평등과 흑인 미국인의 수면 역학 평가’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앓는 남동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를 받는 쌍둥이 동생의 영향을 받아 전공을 선택했다.
하버드대 졸업생이 올림픽 육상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재학생은 있었다. 1896 아테네 대회에 출전한 제임스 코널리다. 당시 세단뛰기 정상에 올랐다. 끝내 졸업은 하지 못했다. 토머스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하루에 적게는 3시간, 많게는 6시간 이상 뛰고 또 뛰었다. 더 놀라운 것은 야간엔 텍사스주 건강 클리닉서 주당 10시간씩 근무를 했다는 사실이다. 모두의 감탄이 쏟아진 배경이다.
사실 토머스는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2020 도쿄 대회(2021년 개최)서 여자 200m 동메달, 여자 400m 계주 은메달을 수확했다. 2023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도 200m 2위, 여자 400m 계주 우승을 차지하며 짙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적중했다. 사실상 적수가 없었다. 토머스는 이날 시작부터 빠르게 치고 나섰다. 80m 구간 이미 선두자리를 꿰찼을 정도다. 탄력을 받은 듯 점점 더 속도를 높이며 다른 선수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처음부터 육상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오히려 소프트볼, 축구 등을 더 좋아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육상을 시작했다. 토머스의 재능을 알아보고 권했다. 처음엔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토머스가 “내 인생에서 하기 싫은 일을 강요받은 건 육상이 유일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재능은 금세 빛을 발했다. 대학 3학년 때 200m 대학부 신기록을 세운 것. 2017~2018년 2년 연속 아이비리그 최우수 대학 육상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스포츠 탈장에 시달렸다. 토머스는 “트랙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여정을 걸어야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부지런히 자신의 길을 갈고 닦았다. 전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는 배경이다. 토머스는 “내가 육상을 시작했을 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면서 “내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일을 계속 하려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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