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비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세요!”
논란 속에서도 이마네 켈리프(알제리)가 꿋꿋하게 나아가고 있다. 정상이 머지않았다. 7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준결승서 잔재엠 수완나펭(태국)을 상대로 5-0(30-27 30-26 30-27- 30-27 30-27) 판정승을 거뒀다. 사실상 경기를 압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켈리프는 “이번 올림픽을 위해 8년간 훈련했다. 이 순간이 매우 자랑스럽다.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켈리프는 앞서 린위팅(대만)과 함께 이른바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 진행된 성별 적격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실격됐다. 당시 DNA 검사에서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정체성 혼란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케이스가 아니다. 보통 ‘간성(인터섹스)’로 분류된다. 남녀 생식기 전체, 혹은 일부를 보유했으나 성호르몬 자체는 한쪽만 분비되는 사례가 많다. 검사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XX, XY 등 성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두 선수가 IOC 규정을 준수했다며 대회 참가를 허용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들은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자랐다. 여권에도 여성으로 나와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상대 선수들이 반발했다. 칼리프와의 16강전서 46초 만에 기권한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는 “코 쪽 통증이 강해 더 뛸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켈리프는 자신을 향한 혐오를 멈춰달라고 부탁했다. 비난 물결이 도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AP통신 스포츠 영상 파트너 SN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별에 대한 오해가 불러온 비난이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 사람들의 생각과 정신, 마음을 죽일 수 있다”고 표현했다. 켈리프의 가족들도 나섰다. 아버지인 이만 켈리프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 나서 여성이라 표기돼 있는 켈리프의 출생증명서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모든 이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아니다. 준결승서 켈리프과 맞대결을 펼친 수완나펭은 “그녀에 대한 논란을 접했지만,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진 않았다”면서 “그녀는 여성이다. 단지 매울 강할 뿐”이라고 옹호했다. 관중들도 야유 대신 박수로 켈리프를 응원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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