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내 ‘타이완’ 응원 피켓 금지 조치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5일 “1981년에 대만은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합의한 명백한 규정이 있다”며 “(타이완이라고 쓰인) 응원 배너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애덤스 대변인은 “‘그게 허용된다면 왜 이건 안되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규칙은 매우 엄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4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는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전이 열린 바 있다. 당시 대만의 리양-왕치린 조는 ‘세계 1위’ 량웨이펑-왕창(중국) 조를 세트스코어 2-1(21-17 18-21 21-19)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그런데 경기장에선 대만 일부 지지자들이 타이완이라고 적힌 응원기를 흔들다 보안 요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타이완 가자(Let’s go Taiwan)’라고 적힌 응원 피켓이 훼손되거나, ‘타이완’이라 적힌 수건 등이 도난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앞서 대만과 덴마크가 맞붙은 배드민턴 남자 복식 준결승 경기에서도 프랑스 유학생인 대만 여성이 대만 섬 모양의 녹색 현수막을 꺼내 흔들다가 경기장 보안 요원에게 제지 당했다. 보안 요원은 해당 여성에게 다가가 관중석 밖으로 이동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이 응원기를 강제로 빼앗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또 다른 배드민턴 단식 경기에서도 대만 남성이 영어로 ‘가자 타이완(Go Taiwan)’이라고 적힌 녹색 현수막을 흔들다 계단 위로 끌려 나갔다. 로이터는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경기 도중 한 관중이 쫓겨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그가 들고 있던 초록색은 대만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을 상징하고, 대만 독립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색깔”이라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대만 관중들은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 얼굴에 그린 대만기도 지워야 했다.
IOC는 대만이 차이니즈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올림픽 참가 국가나 지역의 공식 깃발만 허용되기 때문에 대만은 대만기가 아닌 ‘대만올림픽위원회기(매화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1971년 UN에서 대만이 축출되고 1979년 IOC가 대만 국명을 차이니즈 타이베이로 표기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시작된 일이다. 대만은 1981년 중화민국(ROC)이라는 공식 국호 대신 차이니즈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IOC와 타협했다.
다만 대만 측은 이번 사건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만 외교부는 “응원 도구를 폭력적으로 빼앗은 사건은 잔인하고 비열한 수법”이라며 “폭력적인 행위는 올림픽 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프랑수아 우 프랑스 주재 타이베이 대표는 “국기는 올림픽에서 쓸 수 없어도 대만이 적힌 물품을 금지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장에 응원기를 소지했던 대만 여성도 현지 매체에 “응원기에 대만기나 정치적 문구가 없어 입장 당시 보안 요원들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 사건은 우정과 존중이라는 올림픽 가치에 어긋나는 폭력적 사건”이라며 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 당국에 공식 조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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