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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Star] 어머니는 위대하다… ‘엄마 태극전사’들이 달구는 파리 올림픽

입력 : 2024-08-01 10:19:07 수정 : 2024-08-01 10: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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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격 대표팀의 금지현(왼쪽)이 박하준과 함께 2024 파리올림픽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출산보다 무서운 건 없더라고요.”

 

2024 파리 올림픽의 시작을 알린 지난 27일, 대한민국 대표 선수단의 첫 메달을 은빛으로 물들인 사격 대표팀의 금지현(24)이 꺼낸 소감이다.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이겨내고 감동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엄마’ 선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유쾌하면서도 강력한 한마디였다. 겁 없는 10대 선수들이 타고난 재능을 앞세운다면, 이들은 ‘어머니의 위대함’을 담은 피나는 노력으로 파리를 뜨겁게 누비고 있다.

 

◆24세 ‘워킹맘’

 

금지현은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 박하준과 호흡을 맞췄다. 중국과의 금메달 결정전 끝에 은메달로 환하게 웃었다.

 

2000년생 금지현에게 이번 올림픽은 특별했다. 남들보다 일찍 엄마가 돼 따낸 출전권으로 만끽한 첫 지구촌 축제였기 때문. 2022년 10월 국제사격연맹(ISSF) 카이로 사격월드컵을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았다. 그 와중에도 호성적으로 올림픽 출전 쿼터를 한국에 선물했고, 만삭의 몸으로 대회 출전을 강행한 끝에 직접 그 티켓을 챙기기까지 했다.

 

지난해 5월 출산 후, 올림픽에 닿기까지 ‘워킹맘’으로 바쁘게 살아야 했다. 고향인 울산과 한참 떨어진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려야 했기에 딸의 모습은 영상통화로만 담아야 했을 정도. 하지만 언젠가 커서 이 장면을 보게 될 딸을 위해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결국 자랑스러운 ‘은메달리스트’ 엄마가 됐다.

 

대회 시작 전, “메달을 따면 둘째를 가질 계획이 있다”고 말했던 그는 “둘째를 낳게 되면 그 다음 올림픽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신화를 써서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한국 사격 대표팀의 금지현(왼쪽)이 박하준과 함께 2024 파리 올림픽 공기소총 10m 혼성 은메달을 획득한 후, 시상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최고의 선물

 

엄마의 힘, 같은 사격 대표팀의 또 다른 에이스 김예지(32)에게 넘어갔다. 김예지는 28일 여자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후배 오예진에 이어 은메달을 쐈다. 한국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6살 딸에게 값진 추억을 선물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금지현과 마찬가지로 피나는 훈련 속에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딸이 ‘얼른 올림픽 끝내고 오라’고 하더라”면서 “운동 때문에 아이와 떨어져야 하는 시간이 많다. 엄마가 필요한 시기인데 역할을 해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는 남다른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신 “딸에게 위대한 엄마가 되겠다”는 출사표로 마음을 다잡았고, 결국 실현시켰다. 그리고 여전히 도전은 진행형이다. 지난 5월 바쿠 월드컵에서 세계신기록(42점)을 세웠던 권총 25m 종목에서 딸에게 줄 2번째 선물, 금메달을 준비한다.

 

한국 사격 대표팀의 김예지가 2024 파리올림픽 공기권총 10m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국적은 달라도

 

이번 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남녀 선수 비율에서 양성평등이 맞춰졌다. 수많은 ‘엄마’들이 파리를 누빈 배경이다.

 

일본의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는 지난해 7월 딸을 출산하고 1년 가까이 휴식을 취했지만, 남다른 노력 끝에 파리에서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치렀다.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16강에서 한국의 전하영에게 패했던 이집트의 나다 하페즈는 임신 7개월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나 같이 역설한 메시지는 임신·출산으로 인한 커리어 단절과 편견을 이겨내고 싶었다는 것. ‘엄마 올림피언’들이 전 세계 어머니들에게 던진 따뜻한 희망이 파리를 물들이고 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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