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빨리 작별의 순간이 다가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켈리의 8회까지 퍼펙트 게임이 기록된 날이 한 달도 안되었는데 말입니다. 역대로 시즌 중간에 떠나는 선수를, 그것도 외국인 선수를 고별식과 함께 보내본 적이 있던가요? KBO 외국인 투수 역대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는 니느님(더스틴 니퍼트)도 7시즌을 함께 하며 두 번의 우승을 같이 만든 두산에서 조용히 나가게 되었었죠. 아쉬운 기억이었습니다.
외국인 선수 중에는, 작년 NC의 에릭 페디처럼 매우 우수한 성적을 기록해서 MLB의 콜이 오면 ‘역수출’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선수들도 있지만, 한국이 좋아서, 한국 팬들과 정이 들어서 KBO에 머무르고 싶었는데, 현실적인 조건이나 제약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삼성의 뷰캐넌 같은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이렇게 한국을 사랑하는 선수들이 인성까지 갖춰 나타나면서 팬들도 큰사랑으로 답하게 되는데요. LG트윈스는 2018년 타일러 윌슨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해는 정말 윌슨에게 미안한 해였습니다. 퀼리티스타트로 투수 윌슨이 잘 던져도, 공격력 부진이나 구원투수들의 방화로 승리를 잃어버린 경기가 어찌나 많던지.. 그래도 항상 웃고 있는 윌슨을 보면, 그는 보살인가 싶었지요. 그리고 바로 다음 해 나타나서 해마다 가을 야구를 놓치지 않은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 동갑내기 윌슨과 켈리가 선발 투수할 때 정말 우승하고 싶었는데, 타자의 퍼즐 조각 하나가 늘 부족했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잠실에서 펼쳐진 LG경기를 보면서, 하늘도 울어서 우천취소가 되었지만, 켈리를 보내며 정말 많은 사람이 함께 울었네요. 비가 오는 중에도 켈리의 고별 경기를 보기 위해 잠실 야구장 매진을 비롯한,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준 팬 여러분, 그리고 전 감독인 류지현 위원까지 인사를 전할 정도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켈리를 사랑하고, 그동안 켈리가 어떤 선수였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켈리의 딸, 카미도 다른 주니어들 사이에 인기 많은 언니라고 하더라고요. 6시즌 동안 73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비롯해서 뛰어난 성적표도 남았지만, 마지막 인사를 한국식으로 팬들에게 절을 한 것처럼, 앞으로 그의 인생에 대한민국과 LG트윈스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켈리,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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