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BS현장] 승복 입고 염주 찬 ‘댕댕이’… 반려견과 템플스테이 어때요?

입력 : 2024-07-14 18:06:00 수정 : 2024-07-14 18:10:23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증평 미륵사 ‘댕플스테이’ 가보니

반려견 동자승처럼 꾸며 찰칵

차담‧예불 등 모두 함께 체험

9월 재개… “관광 활성화 도움”

댕플스테이가 열린 미륵사를 찾아 기분이 좋은 토토. 사진=정희원 기자

“강아지용 승복 너무 귀엽죠? 직접 한땀 한땀 수작업으로 만들었어요. 염주도 하나하나 손으로 꿴 거고요.”

 

불교계의 MZ세대를 향한 러브콜이 화제다. 커플 매칭을 돕는 '나는 절로'에 이어 반려견과 함께 산사에 머무는 ‘댕플스테이’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반려견과 함께 휴가를 계획하거나, 평소에도 강아지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반려견을 동반한 여행자 수는 2022년 최대 800%까지 증가했다.

 

이는 반려동물 동반 여행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관광공사가 반려동물 친화 관광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반려가구는 대부분 산과 바다로 떠난다. 최근엔 반려견과의 호캉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번엔 좀더 특별한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 집 강아지와 함께 ‘템플스테이’를 즐기는 것.

 

템플스테이는 사찰에 반나절, 또는 며칠간 머무르며 불교 문화·생활·수행 등을 체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 한국관광공사가 증평군, 스타트업 반려생활과 함께 반려견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이색 상품 ‘댕플스테이’를 선보였다. 5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당일형 프로그램이다.

 

불교에서는 애초에 사찰에 반려견이 출입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실제 사찰을 찾으면 가족과 함께 산책나온 강아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찰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견공도 OK’다.

 

다만 대웅전에 들어가거나 주지스님의 ‘선방석’에 앉을 기회는 없다. 이번 댕플스테이에서는 예불, 대웅전 출입 등이 모두 허용됐다.

미륵사 대웅전으로 향하는 아롱이와 가족들. 사진=정희원 기자

반려견 토토(5)와 함께 댕플스테이가 열리는 충북 증평 미륵사로 향했다. 서울에서 2시간 남짓 걸린다. 이날 현장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얌전하고 짖지 않는 강아지들이 참석했다. 보리, 사랑이, 쉬애삐, 해리, 아롱이, 새봄이 등 귀여운 강아지들이 반려인의 옆에서 마치 동자승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자마자 법복으로 갈아입고, 강아지도 승복과 염주를 착용한다. 사이즈를 너무 크게 고른 반려인 탓에 토토의 승복이 너무 펄럭인다. 직접 반려견의 승복을 만든다는 이혜미 반려생활 대표와 미륵사 주지 정각 스님이 와서 ‘피팅’을 도와주니 아주 말끔해졌다. 

 

반려인들은 회색 승복과 염주를 착용한 반려견들을 보며 연신 ‘귀엽다’를 외친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강아지 토토(5)가 예불을 마친 뒤 정각 스님 곁으로 가 편안하게 앉아버렸다. 모두가 웃음을 자아낸 순간이었다. 사진=정희원 기자

 

댕플스테이의 첫 번째 프로그램은 스님과 함께 사찰 곳곳을 둘러보기. 정각 스님은 “미륵사엔 사찰과 속세의 경계를 구분짓는 ‘일주문’이 없다”며 “다른 절과는 달리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 뿐만 아니라 강아지도 마찬가지”라고 소개했다.

 

정각 스님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미륵사의 꽃들이 무척 정겹고 아늑하다. 걷는 내내 강아지들은 냄새도 맡고 산책하며 자연을 즐긴다. 산책로가 대부분 잔디밭이어서 강아지들이 땅을 밟는 느낌을 좋아하는 눈치다.

댕플스테이를 찾아 기분이 좋은 아롱이(오른쪽)와 사랑이. 사진=정희원 기자
아롱이가 카메라를 보고 귀여운 표정을 지어주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특히 전통사찰 제53호로 등록된 미륵사에는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석조관음보살입상 등 볼거리도 많다. 석조관음보살 옆에는 사찰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수령 300년의 느티나무가 있다. 석조관음보살과 느티나무가 함께 걸리도록 예쁘게 인증샷도 남겨본다.

 

반려생활 관계자는 “미륵사 곳곳에 포토스폿이 많아 반려견과 인증사진을 남기기 좋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을 직접 찍어주기도 한다. 인근에 소풍온 유치원생 어린이들은 강아지들과 사찰 템플스테이가 신기한지 “강아지다”, “귀엽다, 만져봐도 되나요?” 같은 질문을 하며 인사한다.

미륵사 잔디받에서 신나게 달리며 만끽하는 토토와 활짝 웃는 사랑이. 사진=정희원 기자

사찰을 돌아본 이후 기존 참가자들이 가장 좋아했던 정각 스님과 함께하는 차담이 진행된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이다. 한바탕 걸은 덕분인지 반려견들은 모두 제각각 편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 있다.

 

여기서 감동 포인트. 반려인뿐 아니라 강아지를 위한 찻잔도 따로 마련해 준다는 것. 예쁜 도자기잔 옆에 야생화로 장식한 센터피스까지 놨다. 미륵사 식구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법문 시간 눈길을 끈 것은 정각 스님과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석화엄’이다. 이제 네 살이 된 베이지색 강아지 화엄이는 스님 옆에 딱 붙어 평화롭게 엎드려 있다.

미륵사의 마스코트 석화엄(4). 사진=정희원 기자

2020년 미륵사에 갑자기 등장(?)한 이후 스님이 거둬 함께 지내고 있다. 드론이 지나갈 때에는 ‘멍멍’ 짖으며 스님을 지켜주려 하는 의젓한 모습까지 보인다.

 

정각 스님이 댕플스테이를 시작해보자는 한국관광공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화엄이 덕분이다. 정각 스님은 “처음에는 군청에서 댕플스테이라는 이야기를 따로 언급하지 않고 ‘스님, 혹시 미륵사에 강아지 와도 되나요?’라고 묻기에 ‘당연하다’고 답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제 입장에서는 왜 강아지털만 문제삼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머리카락이 없지 않나요. 신도들의 머리카락이 더 눈에 잘 띄는데 말이에요. 사찰은 강아지들도 얼마든지 들어와도 되는 공간”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화엄이가 정각 스님 옆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정각 스님은 화엄이를 만나 후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그는 “4년전 미륵사 1층 싱크대 밑에 화엄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더라”며 “처음엔 주인을 잃은 줄 알고 인근 마을에 수소문하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미륵사 수행자들의 도반(함께 불법을 수행하는 벗)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마음으로 듣는 화엄이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된다”며 “반려견은 여러분(참가자들)보다 마음이 훨씬 더 넓다”고도 덧붙였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차담 후에는 맛있는 점심시간이다. 이날 열무국수가 나왔다. 견공들도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는다.

여름날, 점심 공양은 시원한 열무국수. 사진=정희원 기자

햇빛이 조금 강해지기 시작하는 점심 이후에는 실내 프로그램이다.

연꽃등을 함께 만드는 시간을 가지고 수박도 나눠 먹는다. 예쁘게 만든 연꽃등을 강아지에게 모자처럼 씌워주며 인증샷을 남긴다. 소원지를 쓰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참아주는 걸까, 연꽃등을 모자처럼 쓰고 있는 토토. 사진=정희원 기자
화사한 연꽃등 모자가 보리에게 귀엽게 잘 어울린다. 사진=정희원 기자

이후 108배부터 예불까지 법당 안에서 진행되는 체험도 강아지가 함께 한다. 견주들이 절을 할 때 가만히 엎드려 있는 아이, 의젓하게 앉아 있는 아이, 불경 소리에 잠에 빠지는 아이, 같이 절을 하듯 엎드리는 아이 등 개성이 제각각이다.

예불 시간, 강아지 아롱이가 가족의 품에 안겨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쉬애삐가 의젓한 자세로 예불을 듣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예불이 끝난 뒤에는 스님과 함께 대웅전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토토는 주지스님을 알아본 건지, 낯을 가리지 않고 스님 앞에 가 편하게 턱 누워 웃음을 자아냈다. 

 

댕플스테이를 잘 해냈다는 수료증도 받으면 모든 과정이 끝이다. 참가자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보리와 새봄이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증평군 및 스타트업 ‘반려생활’과 함께 기획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겨냥했다. 지난 5월 시작돼 연말까지 매월 1회씩 열린다.

 

한여름인 7∼8월에는 무더위로 반려견 건강이 우려돼 중단했다가 오는 9월 재개된다. 댕플스테이는 예약조차 쉽지 않을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양수배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장은 “전국 1500만 반려 인구가 함께 다니면 국내 관광 활성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 영동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단위로 확대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증평=글‧사진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