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수술 최대 50% 연기
"목숨 볼모 안돼" 비판 목소리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대부분 복귀하지 않으면서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의료진이 부족한 일부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피부과, 얼굴 골절을 포함한 단순 성형외과 질환, 신경과 경련 관련 환자도 받지 않기로 했다. 의료 공백 사태가 종합병원만이 아닌 일반 병원급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들은 전공의 공백의 정도와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우는 교수와 전임의 규모, 진료과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이날 예정된 수술의 30% 이상, 최대 40~50% 연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며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을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군병원 개방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지는 항암치료나 고난도 수술이 예정된 환자들은 진료 정상화를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태다.
이날 경북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기다리던 한 보호자는 “남편이 다음 달 담석 제거술을 예약해놨는데 미뤄질까 봐 조마조마하다. 의사들이 사람 목숨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전 건양대병원을 찾은 보호자 한모(60)씨는 “남편이한 번만 투석을 안 받아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심하다”며 “전쟁이 나도 문 닫으면 안 된다. 의사 선생님께도 제발 그만두시면 안 된다고 빌었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술 일정이 미뤄지면서 새로운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된다는 글도 여러 개 올라왔고, 이에 대체 시민들은 가능한 일반 병원을 서로 추천하기도 하는 등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한 누리꾼은 “부산대병원에서 시어머니가 유방암 1기를 진단받아 3월에 수술 예정인데, 의료 사태 때문에 무기한 연기됐다”며 “수술이 가능한 일반 병원으로 옮겨 하루빨리 수술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헛걸음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지역별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낸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생기기도 했다.
강원 원주의 한 병원은 최근 입원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료파업으로 인해 응급상황 발생시 상급병원 전원이 불가할 수 있어 사망, 건강 악화 등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각 병원들은 수술 일정을 미루거나 입원 환자 수를 줄여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일부 과에선 전문의들이 레지던트 없이 홀로 회진을 도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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