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BS인터뷰] 5분만에 애니메이션계 사로잡은 우경민 감독

입력 : 2024-02-08 09:35:50 수정 : 2024-02-08 09:35:48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애니 ‘마카앤로니3’로 돌아온 우경민 감독

“영화‧드라마 통틀어 세계 10위권 목표”
캐릭터‧애니메이션 콘텐츠 기업
‘에이컴즈’ 감독 겸 부사장 맡아
글로벌 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

“시즌1은 클리셰 파괴가 많고
시즌2는 드라마적 요소 강해
이번에는 어른‧아이들이 봐도
재미있을 이야기로만 담아내

한국은 기술 분야에서 세계 톱
이제는 전 세계에서 전 연령대
커버하는 애니가 필요한 시점
저희 회사만의 퀄리티 앞세워
글로벌 OTT와도 작업하고파”

단 ‘5분’만에 애니메이션계를 매료시킨 우경민 감독이 ‘마카앤로니3’로 돌아왔다.

 

그는 회사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단편 애니메이션 ‘자니 익스프레스’로 화려하게 데뷔,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미니언즈 제작사로 잘 알려진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크리스토퍼 멜라단드리 회장으로부터 직접 러브콜까지 왔다. 

 

마카앤로니는 실험실 속 과학자와 두 명의 동물 조수가 등장하는 초단편 애니메이션.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우경민 에이컴즈 감독 겸 부사장은 크리에이티브한 기획에 집중할 수 있는 요즘이 가장 좋은 상태라며 웃는다. 

-마카앤로니 시즌3를 맞았다. 관전포인트를 소개해달라.

 

“마카앤로니 시즌3는 지난 시즌 1, 2의 장점을 합쳤다. 1은 클리셰 파괴와 반전이 많고 2는 드라마적 재미는 있지만 어른이 보기엔 약간 아쉬웠다. 이번엔 2개 시즌의 각 장점을 합쳐서 어른이 봐도 재미있고, 아이들이 봐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그렸다. 이미지 퀄리티도 더 높였다.”

 

-넌버벌에서 대사를 추가한 애니메이션으로 변신했다. 이유가 있나.

 

“대사를 추가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넌버벌일 때 슬랩스틱+드라마 2가지 요소를 다 갖고있다보니 노선이 애매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시즌3에서는 결국 한쪽으로 몰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 타깃인 어린이들이 드라마를 더 선호하더라. 

 

글로벌 피칭 면에서는 넌버벌이 좋지만, 일단은 더 맞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시즌 1~2에서 ‘슬랩스틱 연출도 더 과하게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시즌 1~2를 제작할 당시의 저는 타깃인 어린이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갑자기 마카와 로니가 과장된 행동을 하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자니 익스프레스 때도 그렇고, 마카 앤 로니의 배경도 우주‧실험실이다.

 

“SF, 우주를 좋아한다. 첫 작품인 자니 익스프레스의 배경은 완전 상상에 의존해 만들었다.  과학적 사실보다 ‘육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생물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문명이 있으면 재미있겠지’라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요즘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는 게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느낀다. 다만 너무 과학적 사실에만 집중하면 재미는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과학적 사실과 ‘만화다운 점’의 밸런스를 맞추려 한다.”

 

-아이디어나 소재는 어디서 얻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을 좋아한다. 기발한 창의자들을 많이 만난다. 최근에는 회사에 그런 분들과 협업을 많이 하고 있다. 제가 잘 하는 것은 도출된 아이디어를 잘 정리하는 것이다.”

 

-콘텐츠의 강점은 어디서 비롯된다고 여기시나.

 

“콘텐츠가 잘 되려면 독특한 소재는 물론 캐릭터가 특별해야 한다. 콘텐츠를 볼 때 배경보다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지 않나. 선역이든 빌런이든 캐릭터 자체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픽사에서 ‘벌레가 생각이 있다면?’ 같은 식으로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축해나간다고 하더라. 같은 식으로 질문을 던지며 캐릭터의 매력을 높이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 반응이 좋은 와사비베어도 ‘인간을 싫어하는 인형이 있다면?’에서 시작됐다.”

 

-마카앤로니의 캐릭터는 어떤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마카앤로니는 ‘알버트 박사’, 주황색 고양이 ‘마카’, 보라색 펭귄 ‘로니’, 로봇 ‘알바고’ 총 4개 캐릭터로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사실 이는 4인 가족을 모티프로 한 형태다. 박사는 아빠, 알바고는 엄마고 마카랑 로니는 형제로 둘이 사고 치는 내용이다. 

 

마카와 로니는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담았다. 대체로 2명의 형제가 있는 집에서 한명은 소심하고, 한명은 대범한 식이지 않나. 마카는 소심하면서 정 많고 착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아이다. 로니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로봇, 게임 좋아하는 천재 스타일. 어린이들이 이 친구들이 겪는 일들에 공감했으면 좋겠다.”

-스스로 마카, 로니 쪽에서 어디에 가깝다고 보는지.

 

“완전 마카에 가까운 편이었다.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다. 로니처럼 천재 과는 전혀 아니다.”

 

-클리셰 파괴를 좋아하는 편이신 것 같다.

 

“굉장히 좋아한다. 영화도 그런 스타일을 선호한다. 물론 클리셰 파괴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유념하고 있다. 마카앤로니 중 ‘박사 로봇’이라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제작 후 저희끼리 ‘대박이다’, ‘어른들도 결말을 예상 못할걸’. ‘소름돋는 결말이다’ 난리가 났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인기가 없더라(웃음). 오히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마카와 로니가 ‘매운 음식’을 먹는 에피소드가 호응이 크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큰 관심은 없나. 

 

“그럴 리가. 일부러 찾아보려 하지 않을 뿐 만들 때는 반응이 궁금하다. 외부 영향을 받기보다 저희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서 자제하는 편이다.”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는, 인상깊은 마카앤로니 에피소드는.

 

“‘아트 컴피티션, 그림경쟁’ 편을 좋아한다. 웰메이드라고 생각한다. 천재인 로니는 그림을 잘 그린다. 오므라이스에 케첩을 뿌렸는데 막 모나리자가 나온다. 치약을 짜도 조각 모약으로 나오고. 마카는 해봤자 응가 모양 정도다.

 

마카는 이런 로니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누구나 한번쯤 ’재능러’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고, 어린이들도 알게모르게 형제끼리 비교하지  않나.

 

반면 마카는 노력파다. 모든지 미련할 정도로 노력한다. 천재 로니를 보고 밤새워 그림 연습도 한다. 좀 그래도 늘어난다.

 

이후 마카가 그림을 잘 그리게 되는데,  로니가 갑자기 못 그린다. 알고보니 로니가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그림이었던 에피스도다. 결국 마카가 패배를 인정한다. 시무룩해서 그동안 연습하는 걸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데, 너무 잘 던져 넣는다. 멀리서 해봐도 잘 들어간다. 그걸로 대박이 난다.

 

해당 에피소드를 통해 노력을 해도 안되는 게 있을 수 있지만 그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형제둘이라도 잘하는 게 다 각각 있고, 스스로 다른 것에 재능이 있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다.”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일했다.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기획에 투자하는 정도에서 가장 차이가 느껴진다. 할리우드는 상상 이상으로 프리 프로덕션(Pre production)에 열과 성을 다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기획, 시나리오 등이 ‘그린라이트’를 받고 넘어가기 어렵다. 5~7년 정도 걸린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제작에 더 중점을 두고 ‘그림이 좋으면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는 ‘빨리빨리’ 문화의 영향도 있겠지만, 한국의 애니메이션 역사 자체가 짧은 데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일본이나 미국은 관련 분야의 역사가 깊어 해당 분야에 기반이 다져져 있지 않나. 한국은 떠오르는 분야를 급하게 따라가려고 했던 상황이었고. 대신 애니메이션 기술 분야에서 한국은 톱 급이다. 이제는 글로벌로 전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더 발전하려면.

 

“제작도, 그림도 훌륭한데 기획이나 시나리오 면에서 ‘유치하다’는 인식이 국산 애니메이션을 재미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소 같다. 아직까지도 어린이가 메인 타깃이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애니메이션은 영화나 드라마 못잖게 재밌는 장르다. 앞으로는 프리 프로덕션이 제대로 돼야 한다. 많은 제작사들이 공감할 것이다. 저회 회사가 한번 역풍을 만들어보겠다.”

 

-애니메이터,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해달라.

 

“본인이 기획자인지 제작자인지 구분하는 게 1순위다. 시나리오 짜는 것, 기획이 재미있다면 해당 분야에 집중하며 멘토를 찾자. 제작이 좋으면 제작 분야의 스킬을 쌓고 어떻게 하면 기획을 멋지게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대학 졸업 무렵엔 방향성이 세워져야 한다. 경험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모든 것을 경험한 이후 집중할 것을 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 경우 제작자 출신인데 기획자가 된 케이스다. 스타트도 늦은 편이었다. 처음 제작자의 길을 택했고, 25살 때 마야(3D그래픽 툴)를 처음 시작했다. 이미 동기 중에는 5년 전부터 이미 툴을 접한 친구들이 많았다. 기획은 30살에 도전했다. 그때 태어난 작품이 자니익스프레스다. 

 

기획자가 된 현재는 글과 스케치 위주로 작업하다보니 이제 제 컴퓨터에는 더 이상 마야가 깔려있지 않다(웃음). 처음에 마야를 포기하기 쉽지 않았다. 저에게는 좋은 툴이고 게임기이고, 잘하는 것을 뽐낼 수 있는 도구였지만 이제는 캐릭터‧드라마 기획에 집중하고 있다. 학생 때 기회가 많으니 졸업작품을 만들어보면서 길을 모색하길 바란다.”

 

-앞으로의 포부와 목표는.

 

“전 세계인, 모든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더 구체적으로는 글로벌에서 영화 드라마 통틀어 10위 권에 드는 게 목표다.

 우리 회사는 색채가 뚜렷하다. 시트콤에 치중된 회사다. 이 영역에서 기획, 제작 방식은 글로벌 퀄리티라고 자부한다. 

 

감독으로서 ‘내 작품’을 앞세우기보다 회사 차원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 내부의 조연출 등 감독을 키워서 여러 가지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극장판 등 장편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작년에 OTT 플랫폼과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표를 겸임하다보니 너무 바빠 아쉬운 기억이 있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와도 작업해보고 싶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