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더위 만큼, 뜨거웠던 일주일이다.
대한씨름협회가 베트남 호찌민시에 파견한 한국 대표 씨름 시범단이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진 7박8일 간의 씨름 홍보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국했다. 세계무술연맹이 주최한 ‘한국-베트남 무술과 문화의 만남’ 행사에 전통 스포츠 대표로 택견과 함께 초대 받은 협회는 민속 씨름 진흥 사업의 일환으로서 참여를 결정했다.
화려한 라인업의 시범단을 꾸렸다. 이대진 울주군청 감독이 총감독으로 나섰고, 주명찬 울산대 감독과 하봉수 한림대 코치가 함께 했다. 2023 전국체전 대학부에서 두각을 나타낸 가수호, 표진수(이상 대구대), 임재민, 이현서(이상 영남대), 최이건, 홍동현(이상 울산대), 이준형(용인대), 한규빈(한림대)이 선수단에 포함됐다. 우승자만 5명에 달한다.
남자 일반부 경장급 1위 손희찬(증평군청), 청장급 1위 최영원(영암군)도 선발됐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일반부에서 매화급 우승을 거둔 최다혜(거제시청)와 은메달의 선채림(구례군청)도 동행했다.
시범단은 행사 기간 호찌민 일대를 순회하며 ‘씨름 전도’에 매진했다. 2개의 대학과 1개의 국제학교에 방문해 현지 학생들 앞에서 씨름 기술을 시연하고, 시범 경기를 펼쳤다. 호찌민 스포츠대학에서는 운동부 선수들에게 직접 샅바를 매주기도 하고, 특별 5대5 경기를 소화하는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쳤다.
파견의 꽃이었던 호찌민 무술 축제도 성황리에 마무리 했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오페라하우스의 옥외 무대에서 진행된 축제는 수많은 시민 및 관광객에 둘러싸인 채, 무려 3시간 반 동안 이어진 대형 이벤트였다. 수많은 무술 시범단들이 공연에 나선 가운데, 씨름 시범단은 당당한 한국 대표로서 멋진 기술들로 박수 갈채를 이끌었다.
시범단 단장으로 나선 씨름협회 설창헌 부회장은 “감개무량 하다.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호응해줄 때 만감이 교차했다. 씨름이 이곳에 뿌리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는 소감을 내놨다. 이어 “앞으로도 지도자 파견, 씨름 인프라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더했다.
이대진 총 감독도 “베트남의 큰 열정 덕에 행사를 잘 마쳤다. 다만 아쉬운 건 선수들이 모래가 아닌 매트 위에서 시범을 펼쳐야 했다는 점이다. 통증도 강하고 부상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발걸음을 떼는 단계이기에 감수해야 할 점이긴 하지만, 다음 기회에는 선수단 규모나 환경적인 것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성과 속에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주명찬 감독은 “출국 직전까지 시즌을 치르다가 온 선수들도 있다. 현지에 오니 더 준비했으면 하는 것들이 많이 느껴졌다. 다음 있을 기회에는 기술적으로나 구성 면에서도 더 많이 고민하겠다”며 “더운 날씨 속에 선수들이 힘들었을 텐데 너무 잘해줘서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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