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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페르소나’ 감독들 “설리 가족, ‘진리와 함께 있는 것 같다’고” ①

입력 : 2023-11-14 13:23:58 수정 : 2023-11-14 14: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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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연예인을 빛에 비유하곤 하잖아요. 태양 혹은 별이라는 단어로요. 저희가 만난 설리는 윤슬에 가까웠어요. 파도에 비쳐 반짝거리는 빛. 어딘지 모르게 따뜻하고, 애잔한 그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죠.”

 

13일 ‘페르소나: 설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2019년 10월 14일 2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설리 주연의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황수아·김지혜 감독)’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정윤석 감독)’ 총 2편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그 중 4: 클린 아일랜드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 클린 아일랜드로 이주를 꿈꾸는 4가 죄를 고백해야만 통과할 수 있다는 기묘한 입국 심사장에서 어느 특별한 돼지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시작되는 단편 극영화다. 

 

각본은 영화 ‘소원’과 드라마 ‘인간실격’ 등을 집필한 김지혜 작가가 맡았다. 연출은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 등을 연출한 황수아 감독과 각본을 쓴 김지혜 작가가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두 감독의 사무실인 행렬사를 찾았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보다 설리를 아꼈고, 설리의 가족·친구들과 소통하며, 설리를 위한 작품을 만든 두 사람이기에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Q: 4와 네찌, 인물의 이름이 특이하다.

 

김지혜 작가(이하 김): 처음에는 앙리라는 이름이었다. 설리는 ‘인간 복숭아’라는 애칭으로 불리지 않았나. 그래서 페르소나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설리가 거론될 때 앙리라는 이름의 복숭아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볼까 했다. 도플갱어를 소재로 비행기에서 만난 어떤 이의 인생을 빼앗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갖고 싶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던져보려 했다.

 

황수아 감독(이하 황): 설리와 만난 날,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해주더라. 꿈에서 숫자 ‘4’인지, ‘나’인지 모를 글씨가 쓰여진 사람을 봤다면서. 그걸 펜으로 쓰면서 설명을 해줬다.

 

Q: 왜 많은 동물 중 돼지를 선택했나.

 

김: 순간 돼지 몸에 도장이 찍힌 모습이 떠올랐고, 그 글씨(4)가 새겨진 돼지와 만났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저건 내건데, 저게 왜 쟤 몸에 있지?’라고 생각하는, 욕망하는 인물이 나온 거다. 어쩌면 대화 중 설리의 고양이인 블린이(털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스핑크스 품종)가 무의식 중에 떠올랐을 수도 있겠다.

 

Q: 환상과 추상을 오가는 이 작품을 보고 설리의 가정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더라.

 

김: 작품의 시작을 말씀드린 것처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시작점이 아니었다. 뒤에 등장하는 돼지도, 차 안에서 사고를 당한 황미영 배우도 대사로 설명되지만 엄마가 아니다. 그래서 설리의 아역(박가비)을 캐스팅 할 때도 혼혈 어린이이길 바랐다. 황미영 배우와 엄마와 딸처럼 보이지 않도록 말이다.

 

황: 작업을 할 때 그 사람과의 대화들을 통해 그의 마음에 들어가보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느끼셨다면, 아마도 이 작품의 테마인 고독과 이 친구가 느낀 고독감을 느끼신 분들이 아닐까. 

 

Q: 설리의 가족은 작품을 봤나. 반응은 어땠나.

 

황: 저희 사무실 작은 TV로 함께 봤다. 보는 내내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 ‘진리와 함께 있는 것 같았고 완성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Q: 첫 장면부터 헉 소리 나게 예쁜 설리다. 영화를 여는 장면으로 선택한 이유는.

 

김: 시나리오상 첫 장면은 아니다. 설리가 후시 녹음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내레이션이 많은 작품인데 최대한 줄일 것은 줄이고, 이야기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편집을 했다. 저희가 데이터가 많지 않다. 총 3회차를 찍었는데, 찍은 장면은 거의 다 영화에 썼다고 보시면 된다. 어떤 장면이 먼저 나오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거울신으로 정했다. 촬영 전에 세면대 위에 가위를 놓고 ‘가발이 너무 어색한가’ 등의 대화를 잠시 나눴다. 혹시 설리가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첫 슛 들어가기 직전, 작은 가위를 있길래 급히 세면대에 놓았다. 언급 없이. 그런데 설리가 바로 그 가위를 들어서 연기를 하더라. 마치 그 가발을 아까부터 그렇게 자른 사람처럼. 순발력이 정말 좋다. ‘나 이미 아는데?’ 하는 표정이 있다. 그럴 때 너무 예쁘다.

 

Q: 그러면 영화 속 내레이션의 설리의 목소리는 대역인가.

 

황: 배우가 완성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타인의 연기로 설리의 목소리를 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AI의 도움을 받았다. 작가님이 목소리 가이드 녹음을 하고, 음의 높낮이는 기계로 만졌다. 또 AI 목소리를 복원하는 좋은 회사를 만나서 기술력을 보탰다. 연기 톤은 작가님의 가이드, 설리 목소리는 학습한 데이터를 따라 만들어졌다. 가족 분들도 보는 동안은 모르셨고, 시사 이후에 듣고 아시더라.

 

김: 배우를 오래 봐서 가능했다. 배우마다 숨쉬는 자리가 다른데, 그 포인트를 맞춰 글을 쓰면 배우가 연기하기 쉬워진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설리의 작품을 여러번 봤었다. ‘설리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가이드 녹음을 했다.

 

Q: 개봉을 하고 팬들과 이제 만나게 됐다. 현장 속 설리가 많이 떠오르겠다.

 

김: ‘얼굴 천잰줄 알았는데, 연기 천재야’라고 하면 ‘왜 이러세요’라면서 웃던 그다. 그러면서 ‘괜찮았어요?’ 물어본다. 제가 ‘속이 시원해’라고 하면 ‘다시 한 번 더 말해주세요’라면서 배시시 웃는다. 그 모습이 떠오른다.

 

황: 유작이라고 표현되는데, 설리가 4년 만에 출연한 신작으로 반가운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설리가 배우로서 좋은 평가를 받고, 더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단독인터뷰] ‘페르소나’ 황·김 감독 “모두가 사랑한 ‘연기 천재’ 설리” ②에 이어서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안하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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