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모자(母子)의 특별한 도전이다.
배드민턴 남자 복식 세계랭킹 15위 최솔규(28·요넥스)-김원호(24·삼성생명) 조는 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빈장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복식 준결승전에서 대만의 리양-왕치린 조(12위)를 2-0(21-12 21-1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깜짝 결승 진출이라는 평가다. 이번 한국 남자 복식의 ‘1선발’격은 사실 랭킹 4위의 서승재-강민혁 조였다. 이 듀오는 지난 코펜하겐 세계선수권에서 9년 만의 남자 복식 최강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예상은 빗나갔다. 서승재-강민혁 조는 지난 4일 복식 16강에서 패해 이르게 메달 경쟁에서 이탈했다. 아쉬움을 최솔규-김원호가 달랜다. 16강에서 랭킹 2위 랑웨이컹-왕창(중국) 조에 짜릿한 역전승을 빚어 쾌속 질주를 시작했다. 이날 꺾은 리양-왕치린 조는 지난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강자들이다. 이들마저 물리치고 은메달을 확보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듀오다. 그중 눈에 띄는 선수는 특별한 피를 물려 받은 김원호다. 그의 어머니는 현 삼성생명 배드민턴단 감독이자 1996 애틀란타 올림픽 혼합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길영아 감독이다.
길 감독은 그 대회 여자 복식에서도 은메달을 차지했고, 이전 대회인 1992 바르셀로나에서도 복식 동메달을 땄다. 1995 로잔 세계선수권에서도 장혜옥과 짝을 맞춰 여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배드민턴의 전성기를 풍미했던 전설 중 한 명으로 불린 이유다.
다만 길 감독이 실패한 게 있다. 바로 아시안게임 개인 종목 금메달이다. 그는 1994 히로시마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은 얻었지만 개인전에서는 1990 베이징, 1994 히로시마 여자 복식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채우지 못한 퍼즐 조각을 ‘아들’ 김원호가 찾으러 나선다. 마침 ‘어머니’ 길영아 감독도 아들을 비롯한 삼성생명 제자들 그리고 한국 선수단 전체를 응원하기 위해 항저우 현지를 찾았다. 김원호는 “어머니가 여기까지 와서 응원해주셔서 좀 더 힘이 난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기운을 불어 넣어주시고 가셨다”며 “마지막 한 게임 남았다. 어떻게든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아들의 결승 진출을 보고 난 길 감독도 “내가 올림픽 금메달,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있는데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은 없다. 아들이 꼭 그걸 따줬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걸린 게 많은 경기라 긴장이 많이 될 거다. 나도 덩달아 긴장된다. 차라리 내가 뛰고 말지”라며 유쾌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아들의 도전’은 오는 7일 베일을 벗는다. 상대는 반대편 준결승에서 만나는 아론 치아-소위익(말레이시아·5위) 조와 사트위크사이라지 란키레디-치라그 세티(인도·3위) 조 맞대결의 승자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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