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스틸러’였다. 상대지만 엄지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의 아시안게임 3연패 도전이 좌절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 19-29로 10점 차 대패를 당해 고개를 떨궜다. 변명의 여지 없이 실력에서 밀렸다. 정식 종목 채택 후, 지난 8번의 대회에서 7번이나 정상에 올라 ‘아시아 최강국’의 위용을 다졌던 한국의 자존심도 금이 갔다.
눈길을 사로잡은 선수가 있었다. 한국에는 눈엣가시, 일본에는 ‘복덩이’처럼 보였을 일본 핸드볼 대표팀의 골키퍼 바바 아츠코가 주인공이다.
몇몇 구기 종목에서 훌륭한 수문장을 상징하는 ‘철벽’, ‘거미손’ 등 모든 수식어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선방 퍼레이드를 펼쳤다. 전반 7연속 세이브는 압권이었다. 한국의 기세를 조기에 꺾어버렸다. 심지어 7개 슈팅에서 7세이브를 올리는 선방률 100% 활약이었다.
이후에도 ‘슈퍼세이브’는 이어졌다. 이날 총 17개의 세이브를 올렸다. 한국 공격수들이 수비를 헤집고 1대1 찬스를 만들어도 종국에는 바바를 넘어야만 득점이 가능했다. 그 부담감이 선수단을 짓눌렀다. 한국은 희미한 불씨조차 내보지 못했다.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에서 일본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바바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상대가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우리의 퍼포먼스, 우리의 힘을 발휘하는 것에 마음의 준비를 쏟았다. 할 수 있는 걸 하나하나 해나갔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대한핸드볼협회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을 마지막으로 이긴 것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이다. 이후 13년 동안 12연패를 겪은 일본은 이날 승리로 긴 터널을 탈출했다. 그는 “연패를 꼭 끊고 싶었다. 금메달과 함께 목표를 이뤄 뜻깊다”며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 있을 세계선수권, 파리 올림픽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들린 선방에 대해서는 “당연히 준비를 열심히 했다. 골키퍼 코치님과 이야기해 나가며 대책을 세웠다. 몇 번이고 상대해 봤던 팀이고, 개개인의 특성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감각이 있던 건 아니다.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으로 임했는데 그 덕에 경기에 집중할 수 있던 게 이유였다. 그래도 아직 완전히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며 겸손함도 드러냈다.
마지막까지 한국에 대한 리스펙트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정말 강팀이다. 이날도 정말 대단했다. 중간중간 내가 경기에 몰입했던 게 주효했다. 운이 좋게 잘 풀렸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앞으로 세계선수권과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 잔여 일정이 이어진다. 이번 금메달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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