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안 바라고 왔지만 한 단계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한국 여자 펜싱 플뢰레 대표팀의 홍세나(안산시청), 홍효진(성남시청), 채송오(충북도청), 홍서인(서울특별시청)은 28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31-34로 무릎 꿇으며 아쉬운 은메달에 머물렀다.
대등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팽팽한 균형이 8라운드에서 무너져 버렸다. 홍세나가 천칭위안에 2-9로 크게 밀리면서 격차가 5점이 벌어졌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맏언니’ 채송오가 어떻게든 승부를 붙잡아보고자 분전했지만 2점을 좁히는 데 그치면서 금메달에 닿지 못했다.
한국 여자 플뢰레는 1998년 방콕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단체전 5연패를 일구면서 아시아 최강의 위용을 다졌다. 하지만 직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서 3위로 주춤하면서 내리막을 탔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한국은 ‘최약체’ 평가까지 들어가면서 준비해야만 했다. 앞선 개인전에서도 홍세나가 따낸 동메달이 유일한 메달이었다.
각오를 다졌다. 맏언니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단체전에서는 결승전 진출을 빚어내는 쾌거를 올렸다. 햇수로 9년 만의 결승행이었다. 막판 뒷심 부족으로 금메달에 닿지 못한 것은 한으로 남겠지만, 투지와 함께 ‘최약체’ 평가를 보란듯이 이겨낸 것만으로 값진 성과다.
감격에 젖은 네 선수는 믹스트존에 들어서기 전부터 눈가가 촉촉했다. 결국 취재진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맏언니 채송오는 “그동안 정말 다같이 노력했다. 조금 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어린 친구들이 더 시너지를 받아 좋게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눈물을 흘렸다”며 울먹였다.
이어 “다들 아시다시피 최약체 평가를 받았다. 메달을 안 바라고 온 여자 플뢰레다. 그런데 지금 저희가 이뤄냈다. 과거 언니들 보다 높은 단계는 아니지만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동생들을 토닥였다.
채송오는 마지막까지도 동생들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는 “지고 싶어서 지는 선수는 없다. 누가 못했으면 또 누가 채워주는 게 단체전이다. 누구 때문에 졌고 이긴 건 없다. 우리는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하고 단체전 금메달 욕심을 숨기지 않았던 홍세나도 “그 포부대로 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홀가분한 것도 있다. 오랜 시간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또 “후회해봤자 소용 없다. 다음을 다시 생각하겠다”며 과거가 아닌 밝은 미래를 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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