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새 시즌이 기다려집니다.”
포워드 허일영(38·SK)의 시간은 계속된다. 새 시즌을 앞두고 가벼운 움직임을 자랑한다. 30대 후반을 향해 가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 전희철 SK 감독은 장난스럽게 “회춘한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비시즌 그 누구보다 열심히 몸만들기에 열중했다. 언뜻 보기에도 한결 탄탄해진 모습이다. 체지방률을 많이 줄였다. 허일영은 “감독님께 믿음을 드려야 하지 않나. 베테랑이라고 나태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올해 배에 왕(王)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작 본인은 억울함을 드러냈다. 허일영은 “원래도 있었다. 지난 시즌엔 더 선명했다”고 호소했다. 예년보다 조금 더 신경 쓴 것은 사실이다. 허일영은 “원래는 휴가 때 살찌는 거 생각 안 하고 먹는 타입이었다”면서 “예전엔 시즌 개막에 맞춰 몸무게를 조절했는데 이번엔 미리 만들었다. 사실 체지방률이 남들보다 조금 있는 편이었다.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더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자기관리는 프로의 숙명과도 같다. 허일영이 왜 프로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아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뢰와도 직결된다. 처음 SK로 이적했을 때도 마찬가지. 허일영은 전 감독과의 약속을 지켰다. 날렵하게 몸을 만들어왔다. 허일영은 “첫인상을 중요하지 않는가. 독하게 마음먹고 살을 뺐다”고 운을 뗀 뒤 “감독님께서 놀라시더라. 나이도 있는 데다 고참인 만큼 크게 기대하진 않으셨던 것 같다. 솔직히 안 뺄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 회상했다.
비시즌 목 수술을 받았던 것을 떠올리면 더욱 놀랍다. 허일영은 “작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성대에 육아종이 생긴 것을 확인했다”면서 “시즌 땐 계속 약을 먹으면서 뛰었다. 추적 관찰하다가 없어지지 않아 이번에 제거했다”고 말했다. 몸을 생명으로 하는 선수인 만큼 작은 변화도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허일영은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약 한 달 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면서 “술은커녕 야식까지 완전히 끊었었다. 확실히 복부 쪽이 잘 들어가더라”고 껄껄 웃었다.
하루하루 소중하다. 리그 전체로 봐도 허일영보다 연장자가 많지 않다. 함지훈(39·현대모비스) 정도다. 허일영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많이 나가지 않았나(은퇴). 그래도 아직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의 흔적을 전혀 느끼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허일영은 “회복이 느리다. 푹 자도 계속 피곤하다. 최대한 잘 먹고 잘 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들긴 해도 몸만 잘 유지하면 몇 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새 시즌 각오가 남다르다. 새롭게 ‘주장’ 완장을 찼다. 낯선 장면은 아니다. 오리온 시절에도 3년간 주장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미국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허일영은 “(전임) (최)부경이가 잘했기 때문에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다. 다들 잘 도와주고 지킬 건 지키면서 한다. 문제없다”고 말했다. 팀에게도 중요한 시기. 허일영은 “이적 후 2년간 챔피언결정전에 갔다. 개인적으로 3년 연속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지는 시즌”이라고 밝혔다.
미국 어바인=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