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을 돌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3일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잦은 외유와 원격 지휘 논란으로 벼랑 끝에 몰린 클린스만 감독은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두며 급한 불을 껐다.
◆ 공격축구는 어디에
사우디전에서도 공격축구는 나오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당시 ‘공격축구’를 선언하며 “1-0으로 이기는 것보다 4-3으로 승리하는 것이 더 좋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6경기에서 5골에 그쳤다. 사우디전에서는 유효 슈팅만 9차례 시도하는 등 이전 경기들보다 활발하게 공격을 펼쳤으나 추가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세부 전술이 여전히 아쉬웠다. 지난 8일 0-0으로 끝난 웨일스전에서도 손흥민을 비롯한 공격진을 살려줄 만한 움직임이 없었다. 사우디전에서도 공격 전개에서 부분 전술의 부재로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슈팅도 대부분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통해 만들어냈다. 팀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흐름 속에서 조규성의 한 방은 위안거리였다.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과 같이 헤더 골로 위기의 클린스만 감독을 구했다.
수비 불안도 해결해야 한다. 김민재가 중심을 잡으며 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실수들이 쏟아지면서 아찔한 장면이 많았다. 사우디의 뒷공간 침투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수비진을 2경기 모두 같은 조합으로 내세웠다. 센터백은 김민재와 정승현, 좌우 측면은 이기제와 설영우가 맡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생각한 최적의 조합이라면 조직력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역시나 2경기 연속 호흡을 맞춘 황인범과 박용우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이 나왔고 패스 미스도 잦았다.
◆ 갈길이 멀다
만족하긴 이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당시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라고 자신했다.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부족하다.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짜임새는 사라진 지 오래다. 클린스만 감독이 원하는 색깔을 명확히 입혀야 한다. 사우디전도 만족할만한 경기력은 아니었다.
더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년 6개월여 만의 유럽 원정 A매치는 클린스만 감독을 둘러싼 문제로 가득했다. 웨일스전 답답한 경기력 이후 아들의 부탁을 받고 상대 선수 애런 램지에게 유니폼을 요구했다. A매치 소집 기간 중 레전드 매치 참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레전드 매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협회의 만류에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영국 현지를 찾은 취재진에게 해외 근무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감독을 찾으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화를 키웠다.
해외 체류는 이어진다. 클린스만 감독은 유럽 현지에서 또다시 해외파를 점검한 후 이달 말 귀국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10월 국내에서 2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10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 17일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A매치를 치른다. 11월부터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이 시작된다. 한국은 2차 예선 C조에 속해 중국과 태국, 싱가포르-괌 승자와 경쟁한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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