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체험프로그램 시작
관람객에 자연보호 메시지
지난해 2만2000명이 다녀가
숲체험장 1만마리 불빛 장관
아름다운 여름밤을 수놓는 반딧불이는 도심 속에서 쉽게 보기 어렵다. 산업화 이전에는 길가의 개똥만큼 흔했다고 해서 ‘개똥벌레’로 불릴 정도로 친숙한 곤충이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반딧불이는 수질오염‧서식지 파괴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와 관련 1982년 전북 무주군 설철면 일대의 반딧불이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돼 보호받을 정도로 보기 힘든 곤충이 됐다.
까만 밤을 밝히는 반딧불이를 도심 속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바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다. 이곳에서는 어두운 실내 공간에 은하수 별들처럼 무수히 모인 반딧불이가 불빛을 내며 눈 앞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에버랜드는 1998년부터 소규모로 반딧불이 전시를 시작,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체험 프로그램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진행됐던 반딧불이 체험에는 약 2만 2000명이 다녀가며 자연이 만드는 신비로운 순간을 경험했다. 이제는 에버랜드의 여름철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됐다.
이는 단순 전시가 아니다.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는 에버랜드가 자연보호를 목표로 이어가고 있는 활동 중 하나다. 사라져가는 반딧불이를 보호하고, 이를 방문객들에게 선보임으로써 자연보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에버랜드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반딧불이는 사육사들이 직접 키운 것이다. 동물원 식구들은 반딧불이가 성충이 되기기까지 1년간 세심히 준비한다. 반딧불이는 여름철 짝짓기 후 9~10개월간 성장하며 성충이 되는데, 2주간 짧고 강렬한 삶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랜드는 환경오염으로 사라져가는 반딧불이를 보전하고 ‘청정환경지표’인 반딧불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반딧불이 인공 번식에 나선 바 있다. 처음 성공한 것은 1998년. 이후 현재까지 반딧불이를 지켜나가고 있다.
2011년부터 반딧불이를 키우고 있는 에버랜드 동물원의 곤충 전문가 김선진 사육사는 반딧불이 사육 노하우를 ‘정성’이라고 말한다. 그는 “에버랜드 동물원은 25년 이상의 연구와 번식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딧불이를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있다”며 “이때 번식의 관건은 깨끗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청정 지역에서만 사는 반딧불이의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자연 서식지 그대로의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선진 사육사에 따르면 에버랜드에서는 반딧불이 애벌레가 9~10개월간 살아가는 수로를 1급수 수준 이상으로 매일 관리하고 있다. 자연에서 오염되지 않은 이끼를 직접 채취해 반딧불이 채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김 사육사는 “약 1mm에 불과했던 알이 약 10개월이 지나 2~3cm의 애벌레로 자라나기까지 작은 알과 애벌레들을 하나하나 챙긴다”며 “한겨울에도 차가운 수조를 매일같이 깨끗하게 관리하는 일은 정성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에버랜드는 수십년 간의 반딧불이 연구와 사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온저장 기술을 개발해 반딧불이 애벌레의 동면 기간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여름 축제 기간 반딧불이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김선진 사육사는 반딧불이 사육 시 가장 꼼꼼한 손길이 필요한 순간으로는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변하기 위해 땅으로 올라오는 과정’을 꼽는다.
그는 “반딧불이가 성장하는 1년간의 과정이 모두 중요하지만 번데기로 변하기 위해 땅으로 올라오는 과정에 특별히 더 신경쓴다”며 “이 과정에서 곰팡이균에 감염돼 폐사하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사육장을 청결히 관리하고 모든 소품들과 재료들을 철저히 소독해 건강한 반딧불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1mm도 되지 않는 알을 수초에서 하나하나 찾아 정성껏 챙기다보면 어느새 성충이 돼 아름다운 불빛을 내뿜는 반딧불이가 될 때 보람을 느낀다.
김선진 사육사는 “반짝이는 모습을 오래 볼 수는 없어 안타깝지만 점점 사라져 가는 반딧불이를 보며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모두가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반딧불이를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포부다. 김 사육사는 “반딧불이는 깨끗한 환경에서만 서식하는 환경지표 곤충으로,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대변해주는 생물”이라며 “반딧불이가 살수 없는 환경은 사람도 살아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뿐 아니라 반딧불이는 우리 마음에 안정을 주는 정서 곤충이기도 하다”며 “반딧불이의 불빛을 보고 있으면 마음에 위안이 되는 만큼, 보호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에버랜드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 체험은…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 체험이 시작되면 반딧불이의 생태와 불빛을 내는 이유에 대해 배운다. 이끼에 자리잡은 알, 물 안에서 기어 다니는 애벌레, 흙 안에서 변태를 준비 중인 번데기 등 한살이 과정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반딧불이의 일생을 알아볼 수 있다.
이어 불을 모두 끄고 반딧불이가 수십 마리 들어있는 투명통을 가까이 가져가 글자를 읽어보는 ‘형설지공 체험’이 이어진다.
반딧불이 불빛에 비쳐 글을 읽은 뒤 넓은 숲 체험장으로 장소를 옮긴다. 모든 조명이 꺼지고 약 1만 마리의 반딧불이 불빛이 사방에서 반짝이는 광경은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다.
올해 에버랜드는 반딧불이 연출 효과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숲 체험장 사방에 전면 거울을 새롭게 설치했다. 프로그램은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진행된다. 에버랜드 홈페이지와 공식 앱을 이용한 ‘스마트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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