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2021년부터 개인카페에서 “휘핑크림 더 올려주세요”라고 말하기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휘핑크림을 만들 때 쓰는 소형 휘핑기 카트리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4일 식품업계·정부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프랜차이즈·개인 카페 등에서 휘핑크림을 만들 때 사용하는 소형(8g) 휘핑기 사용이 금지됐다. 휘핑크림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그동안 널리 쓰이던 제조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휘핑기 사용 금지령’이 생긴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휘핑기 카트리지 속 ‘아산화질소(N₂O)’ 유통·관리 강화 차원에서다. 아산화질소는 휘핑크림을 만들 때 이외에도 치과 등에서 마취를 위해 쓰여 왔지만, 2016년부터 ‘해피벌룬’의 유행이 시작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풍선 속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는 것인데, 2017년 정부가 규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클럽 버닝썬 사태 당시 ‘환각물질’로 지목되며 강력한 제제에 나설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카트리지형 아산화질소의 유통을 막기 위해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을 고시하고, 아산화질소는 2.5ℓ 이상의 고압가스용기에만 충전하도록 규정했다. 고시는 2020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1년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기존에 쓰이던 소형 휘핑기를 활용해 해피벌룬을 만들 것이라는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형 아산화질소 카트리지 제조와 수입·유통이 전면 금지되고, 카페 등에서도 2.5ℓ 이상 고압 금속제 가스용기에, 허가받은 공급 업체를 통해 아산화질소를 충전해 사용해야 한다. 1월1일 전에 구매한 카트리지도 매장에 보관해선 안 된다. 생크림과 아산화질소가 이미 혼합돼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스프레이 제품’은 사용해도 문제 없다.
이같은 변화에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들은 미리 대비했다. 스타벅스는 2020년부터 일부 매장부터 2.5ℓ 이상 고압가스용기를 사용 중이다. 커피빈은 4.9ℓ짜리 고압가스용기를 들여놓는다. 커피빈 측은 “휘핑크림이 올라가는 음료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고시한 것보다 아예 더 큰 고압용기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소규모 개인카페에서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이번 규제에 대해 ‘아산화질소의 오용을 막고 사업장에도 장기적으로 경제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당장 새 장비를 들여야 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휘핑크림 제조용 대용량 고압금속용기와 가스 조절 장치(레귤레이터) 등의 설치비용은 약 6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쓰던 소형 카트리지는 보통 10개 당 7000~8000원 선에 구입할 수 있어 대조적이다. 마트에서 파는 생크림 스트레이 제품도 단가가 높은 편이다.
서울 신림동에서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2019년 내내 매출이 줄어 힘든 상황”이라며 “당장 수십만원대 초기 설치비용을 들이기 곤란해 사실상 소형 카페에서는 기기를 들이는 곳이 많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카페 자영업자는 “소형 휘핑가스 기기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이를 환각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단속하고 규제해야 하지 않느냐”며 “일단은 핸드믹서로 크림을 만들어 짤주머니에 넣어 휘핑크림을 올려주는데, 기존보다 제조시간이 더 늘어나고 크림도 흐물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커피전문점에서는 새로 들이는 아산화질소 고압용기 설치에 따른 교육이수, 보관시설 설치 등의 의무사항은 없다. 기기 점검 등 안전관리에 관한 의무는 고압가스용기 판매자에게 부과된다.
단, 카페에서는 안전지침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업체에서 제공하는 사용법을 따르고, 사용 후 반드시 메인밸브를 닫아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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