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지난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기억은 여전히 머릿속에 뚜렷하다. 몇 차전에서 어떤 볼카운트에서 안타를 쳤고 어떤 시점에 주루플레이를 했는지까지 나열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3년 전 기억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이명기(33·NC)는 “그 느낌을 알아서 더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명기는 우승 부적이다. 지난 2017년 이명기는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뒤 팀의 리드오프 중견수를 맡았다. 이명기가 기대했던 안타뿐 아니라 주루 플레이를 팀에 불어넣자 팀의 공격력이 극대화됐다. 결과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아무 것도 모르고 형들이 하는 것만 따라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운도 받쳐준 덕분”이라고 겸손한 대답을 내놓지만 이명기는 당시 KIA 야구의 맛을 극대화하는 소금 같은 존재였다.
3년이 지나 또 비슷한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또 트레이드로 NC 유니폼을 입고 와일드카드결정전, 올해는 한국시리즈 직행이다. 2017시즌처럼 정규시즌 챔피언의 자리에서 한국시리즈 도전자를 기다렸다.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도전자가 가려지는 과정도 겪어봤고, 청백전 등으로 감각을 유지한 것도 낯설지 않다. 이명기는 “기다리는 동안 감각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잘 유지했다. 체력도 다 회복해서 실전을 치르면 오히려 더 잘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똑같은 것들 중에서도 이명기를 자극하는 한 가지. 우승 후에 그려질 그림은 이명기를 더 간절하게 만든다. 3년 전 30대 초반에 우승을 했다면 이제는 중반이다. 아무 것도 몰라 따라가기만 했다면 이제는 앞에서 동생들을 끌고 가야만 하는 위치. 게다가 리그 전체적으로 선배들의 정년이 짧아지는 만큼 이전처럼 여유를 즐기기도 어렵다. 제몫을 다했다는 것,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우승이다.
이명기는 “우승의 짜릿함을 느껴봐서 그런지, 그때보다 나이가 조금 더 차서는 확실하지 않지만 올해는 우승이 정말 간절하다”면서 “항상 내 할 일만 열심히 잘 해내자고 다짐해왔었는데 이번 한국시리즈는 조금 다르다. 예전에 선배들과 형들이 그랬듯 나도 서로 잘 챙겨가면서 그 지점에 도달해야 한다.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큰 무대를 기대하느라 즐겁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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