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제자였던 도로공사 레프트 박정아를 공개 석상에 저격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배구 외적인 부분에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 때문이었을까.
박정아와 이 감독은 IBK기업은행 창단 멤버로 호흡을 맞췄다. 2010~2011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무대를 밟은 박정아는 이 감독과 함께 3번의 우승을 합작하면서 IBK기업은행의 돌풍을 일으켰다.
다만 박정아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도전을 선택했다. 자유계약(FA) 자격을 획득한 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 그렇게 도로공사 이적을 선택했다. 도로공사는 2014년 정대영, 2015년 이효희 임명옥, 2016년 배유나를 영입한 도로공사는 2017년 박정아와 외국인 선수 이바나를 영입하며 ‘투자’에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탄탄대로를 질주하며 창단 첫 통합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공교롭게 챔프전 상대는 박정아의 친정팀 IBK기업은행이었다. 사실 이정철 감독은 박정아가 FA 자격을 취득한 이후 잔류를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원했던 박정아를 잡을 수 없었다.
▲FA가 불화설의 화근일까
문제는 그 이후였다. 박정아와 이 감독의 재회는 지난해 5월 말 태국에서 열린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전이었다. 이 감독이 올스타전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만남이 이뤄졌다. 당시 올스타전에 참가한 선수단, 그리고 관계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이정철 감독님께서 박정아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셨다”고 밝혔다.
현 국가대표 베테랑 선수는 “이 감독님께서 정아 인사를 받아주시지 않아 모두가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선수는 “박정아 선수는 무뚜뚝 그 자체다. 그런 박정아 선수가 그날은 먼저 ‘감독님 오랜만이에요’라면서 애교 아닌 애교를 섞어서 인사를 했다. 하지만 이 감독님께서는 고개를 돌리셨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이번 챔프전에서도 박정아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감독이 박정아를 저격한 것은 배구계 어른으로서 올바른 행동인지 돌아봐야 한다. 이 감독이 언급한 배구 외적인 부분은 경기 후 박정아가 이 감독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거나, 과도한 세리머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말 아끼는 제자라면, 챔프전 이후 축하 인사와 함께 따로 전화를 걸어 타이르거나 조언을 해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 감독은 챔프전 경기 종료 기자회견에서 모든 미디어 매체 취재진이 참석한 가운데 “배구 외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 한마디도 “도로공사의 우승을 축하한다”는 말을 언급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패자’는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IBK기업은행 코치진은 챔프전 내내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V리그 각 구단 사이에는 경기 전 몸을 푸는 시간 각각 상대 감독에게 인사하는 예의가 있다. 선수단도 선후배 사이에 인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IBK기업은행 코치진은 김종민 감독에게 챔프전 내내 인사를 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IBK기업은행 코치 중에는 김종민 감독의 대학 직속 후배가 있다. 경쟁 사이를 떠나서 인간적으로 김종민 감독이 많이 아쉬워했다”고 설명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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