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중 유일한 화가 출신…“초심 잃지 않으며 열심히 그림 그릴 것”
‘한국미술상’은 한국미술센터가 2005년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한국미술의 지평을 열어가는 정예작가를 엄격한 심사에 의해 선정해 주는 상으로, 1회 원문자, 2회 송수련, 3회 김춘옥, 4회 박필현, 5회 박인현 등이 수상한 바 있다.
최 앵커는 한국미술상 수상 기념전이 끝난 후 서울오픈아트페어(5월 3∼6일)로 옮겨 작품을 걸 예정이다. 이후에도 전시는 봇물 터지듯 계속 된다. 5월18∼26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60주년 서울예고 동문전, 7월 3∼8일엔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40회 춘추회 정기전에도 참여한다. 예술의전당 아트숍에 ‘착한 지인씨 아트상품’도 론칭해 놓은 최 앵커는 올 하반기에는 지금까지 네개의 ‘날개’를 테마로 한 전시를 엮은 「사랑...그 아련한 그림자,」(가제)라는 책도 출판할 계획이다.
#‘소중한 나눔, 무한행복’ 진행…행운 주는 그림 그리고파
최 앵커는 mbn 3기 아나운서로 2005년 입사해 mbn 대표 앵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재 ‘소중한 나눔, 무한행복’과 경제채널 ‘mmoney’에서 ‘증시 오늘과 내일’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술작가로 활동한 경력을 살려 ‘아름다운 TV갤러리’를 진행하고 있다.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 그림을 쉽게 소개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었는데, 미술작가를 소개하는 ‘아름다운 TV갤러리’를 맡게 돼 무척 기뻤어요. 격식을 따지기보다 그림에 관심없는 분들에게도 미술관을 찾는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그림을 본다는 건 무언가 알아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보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방송 생활 틈틈이 그림을 그려온 그는 지난해 9월 첫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이번 전시는 ‘날개’를 주제로 한 작가의 네번째 전시로, ‘신화·조화’ 시리즈와 ‘날개 단 인형’ 등 크게 두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신작 ‘날개를 단 토끼’는 사회에서 슈퍼맨처럼 살아야 하는 여성들의 삶을 은유한 작품. 지난 전시에서 날개를 달지 못한 등장인물들에게 죄다 날개를 다 달아줬다. 자유함과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날개’ 시리즈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최 앵커는 요즘 자주 아나운서 되기 전 무명 시절과 올챙이 아나운서 시절을 거쳐 오늘에 이른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그가 건져 올린 건 ‘아름다운 기억들’뿐이었다.
‘과거의 기억은 모두 아름다운 것만 남더라’는 깨달음은 작품 주제에 그대로 반영됐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지만 그래도 좌절하지 말고 이겨내자’는 희망의 메시지가 그의 작품을 관통하고 있다.
첫 전시는 ‘나비...날다,’ 라는 주제로 진행했고, 두번째 전시는 ‘다시...시작’이 주제였다.
지난해 첫 전시를 연 것은 모교 은사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졸업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교수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학교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겠나고요. 그래서 교수님을 만났는데 교수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그림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고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마음에 있는 것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거고, 관람자도 그런 그림을 보고 소통을 하면서 치유의 과정을 겪게 된다는 거였어요. 마침 힐링의 필요성을 느끼던 차에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죠. 어렸을 때부터 대학때까지 그림만 그렸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나운서가 됐다고 해서 그림을 그만둘 순 없잖아요. 그동안 틈만 나면 이것 저것 스케치 하고 물감을 쓰기 곤란한 환경에선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어요. 전시 작품 중에는 비행기 안에서 그린 것도 있어요. 물론 크기는 작죠.”
‘아나운서 겸 화가로 하나만 집중하기도 힘든데…’라는 말을 간혹 듣는 그다. 그는 “그림 그릴 때도 실기와 필기를 병행했던 생각을 하며 방송, 그림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위의 우려를 불식했다.
그림 그리는 일이 아나운서 일에 혹시라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스스로를 철저히 관리한다. 남들이 친구 만나고 취미생활 즐기는 대신 최 앵커는 그러한 시간들을 깨알처럼 모아 창작의 세계에 펼쳐 보이는 것.
창작을 통해 얻는 에너지가 쏠쏠한 수준 이상이라는 그는 그림을 통해 힐링하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시청자를 상대한다. 그래서 그에게선 다른 사람에게선 발견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신선한 카리스마가 드러난다.
#숙명여대 미술대학 수석 졸업…전업작가 대신 방송인의 길 선택
최 앵커는 숙명여대 미대에서 한국화를 전공, 수석 졸업할 정도로 그림에 천재적 소질을 보여 왔다. 그런 그가 전업작가 길 대신 언론인의 길을 선택한 건 대학 졸업 후 어렵게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 당당히 원하는 직장을 구해 안정적인 가운데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자 하는 청사진이 있었기 때문. 그림을 전공한 학생이 그림만 그리고 살 수 없는 환경을 타파하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했다. 젊은 작가가 그림만 그려선 먹고 살기 힘든 한국 미술계의 구조적 모순이자 아픔에 일찍 눈을 뜬 것.
“아나운서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시를 연다는 것은 모험일 수 있어요. 묵묵히 그림만 그리는 화가들이 안 좋게 보실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전업으로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이 많는데 힘든 거 많이 봐요. 백은 100만원짜리 사면서 왜 몇 백만원짜리 그림은 안 사느냐 이거예요. 정부 차원에서, 미술계 차원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죠. 어려움 속에서도 창작의 열기를 식히지 않는 청년작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솔숲향 닮은 먹향의 매력에 빠져 한국화 선택…학생들에 자극받아 아나운서 지원
그는 서울예술고에서도 한국화를 전공했다. “화선지에 스며드는 먹의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솔숲향이랑 닮은 먹향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져 선택의 귀로에서 항상 동양화를 선택하게 된 거죠.”
대학을 졸업하고 미술교육대학원에 다니면서 예고 입시학원에서 잠시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가 ‘그림 기술’을 가르춰 주려고 했던 학생이 오히려 그의 자극제가 됐다.
“학생들이 꼭 재능이 있다고 합격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재능이 있어도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불합격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재능이 없어도 1년 동안 열정을 다해서 성실하게 임한 학생들은 거의 붙는 걸 보면서 저도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죠.”
mbn에 들어가기 전에 여수MBC에서 미술작가로서 남도여행 프로그램을 잠시 진행한 적 있다. PD와 작가 등 분위기가 너무 좋아 이때 들인 ‘방송 맛’에 푹 빠져 오늘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의 무명시절은 누구라고 그러하듯 길이 열릴 듯 말 듯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리포터도 하고 대기업 사내방송 아나운서로서 기자, 작가, 아나운서 1인 3역을 맡기도 했다.
단역배우로도 출연했고 유명 걸그룹 멤버로 길거리 캐스팅 된 시절도 있었다. 작은 얼굴에 호수처럼 맑고 큰 눈, 가녀린 목선 등 ‘최강 동안’ 얼굴 을 가진 업보(?)였다. 앵커로 활동하고 있는 요즘도 여성지나 화장품 모델 제의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앵커의 자격을 물었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귀와 눈을 열어놓고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미술가에게도 필요한 일이죠.” 그는 “다양한 행사, 다양한 만남을 통해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나운서 중 유일한 화가 출신…“깊이 더해가는 스토리 작가 될 터”
이제 방송생활 9년차. 시사문제나 정치문제에 항상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하는 앵커 생활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요즘이지만 작품 활동에 대한 열정도 이에 못지않게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한국의 아나운서 가운데 화가 출신은 그가 유일하다. 유일무이 하기에 꿈고 크고 책임감도 크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작가들의 현실을 타개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앵커이자 화가인 최지인이 보는 성공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나로 인해서 누군가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나는 이게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지인의 머릿속에는 그림이 꽉 차 있다. 인터뷰 중에도 그림 스케치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그림 그리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행위다.
“지금 부족함 많은 거 알지만 앞으로도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가는 화가가 되겠습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초심 잃지 않으며 열심히 그림 그리겠습니다. 순간 반짝 하기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스토리가 있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꾸준히 작업할테니 혹평보다 응원의 한마디를 더해주시길 바랍니다.”
글·사진 강민영 선임기자 mykang@sportsworldi.com
사진설명
1. 한국미술상 수상 기념전을 여는 최지인 mbn 앵커
2. 날개 단 토끼(2013)
3. 신화조화 시리즈(2013)
최지인 작가의 작품세계…자유로운 영혼의 비상에 대하여
최지인 작가의 작품에 담긴 작가의 내면적 의지는 생명의 생존적인 얽매임이 아닌 자유로운 영혼의 추구에서 출발된다. ‘나비...날다’ ‘다시...시작’이라는 부제에 이어 ‘날개’라는 주제의 전시로 열리는 이번 전시작품 또한 영혼의 자유를 갈망하는 작가적 의식이 또렷하다.
신화와 현실의 시간적인 공간을 헤아려 발표한 ‘신화조화 시리즈’ 작품이거나 자유로운 생명의 숨결을 주고 싶어하는 ‘날개를 단 인형’이거나 토끼, 로봇 등의 작품이 보여주는 실체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의지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작가의 작품에 담긴 절대적인 작가의 의지는 어려운 그림이 아닌 자유로운 그림을 추구하고 있는 사실에서 이와 같은 맥락은 더욱 절실하게 헤아려진다.
날로 첨단화해가는 스마트 문명의 세상 속에서 인간의 모든 것들을 맡겨놓은 듯한 기기문명의 산물들을 향하여 신성한 생명의 숨결을 놓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2013년 한국미술상 수상작가로 선정 된 주요한 내용이며, 이와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 문명의 속박에 얽매인 우리의 심성에 자유로운 생각의 날개를 달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최지인 작가의 작품에 담긴 작가의 내면적 의지는 생명의 생존적인 얽매임이 아닌 자유로운 영혼의 추구에서 출발된다. ‘나비...날다’ ‘다시...시작’이라는 부제에 이어 ‘날개’라는 주제의 전시로 열리는 이번 전시작품 또한 영혼의 자유를 갈망하는 작가적 의식이 또렷하다.
신화와 현실의 시간적인 공간을 헤아려 발표한 ‘신화조화 시리즈’ 작품이거나 자유로운 생명의 숨결을 주고 싶어하는 ‘날개를 단 인형’이거나 토끼, 로봇 등의 작품이 보여주는 실체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의지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작가의 작품에 담긴 절대적인 작가의 의지는 어려운 그림이 아닌 자유로운 그림을 추구하고 있는 사실에서 이와 같은 맥락은 더욱 절실하게 헤아려진다.
날로 첨단화해가는 스마트 문명의 세상 속에서 인간의 모든 것들을 맡겨놓은 듯한 기기문명의 산물들을 향하여 신성한 생명의 숨결을 놓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2013년 한국미술상 수상작가로 선정 된 주요한 내용이며, 이와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 문명의 속박에 얽매인 우리의 심성에 자유로운 생각의 날개를 달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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