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신 실제로 머리 밀어… 촬영 후 감독과 손잡고 눈물
이런 윤석화가 영화를 선택했다. ‘봄, 눈’에서 죽음을 앞둔 어머니 역할을 연기한다. 그녀가 영화를 선택한 것은 1987년 ‘레테의 연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연극, 뮤지컬에서 주로 활동했다.
왜 갑자기 영화인가. “사실 영화 출연은 꿈도 꾸지 않았죠. 그런데 김혜자 선생님의 ‘마더’, 윤정희 선생님의 ‘시’ 같은 영화를 보고 나도 영화 한 편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 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지, 아니면 필연을 가장한 우연인지. 이 영화 ‘봄, 눈’을 만난거죠”라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도 영화 출연 제의는 많았을 것이다. 그때 윤석화는 ‘신념’을 지켰다. “연극배우의 본 모습을 지키고 싶었죠. 누군가는 한 가지를 고집하는 후배들에게 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가 이렇게 늙을 줄은 몰랐어요. 인제는 진정으로 자유롭고 싶어요”라고 마음이 바뀐 이유를 설명했다.
‘봄, 눈’은 죽음을 앞둔 어머니 순옥(윤석화)이 남편(이경영), 아들(임지규) 등과 애절한 이별을 준비하는 이야기.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스토리지만 다소 통속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윤석화도 이 부분에 공감했다. “영화를 주변인들한테 보여주니 모른 사람이 염려하는 것이 ‘이런 스토리는 너무 많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바로 그것이 삶이 아니겠어요. 어떻게 표현을 하는가가 문제인 것이죠”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석화는 “이 작품은 겸손해서 좋아요. 제가 관객이어도 좋아할 영화라고 생각해서 선택했어요”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극중 암 투병을 하는 윤석화의 실제 삭발연기는 영화 개봉 전부터 큰 이슈가 됐다. 이를 언급하자 윤석화는 “머리는 당연히 깎아야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기는 생으로 해야 해요. 저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는데 촬영을 마치니 감독님이 먼저 내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그러니 저도 눈물이 나더군요”라고 촬영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해줬다.
윤석화에게 있어서는 삭발도 ‘예술’의 일종이었다. “파르라니 깍은 머리가 빛과 만난 모습이 의미있어요. 삶과 죽음의 메타포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고 할까. 영화는 가장 통속적인 일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바로 예술은 그 일상을 승화시키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영화는 은유라는 것이죠. 관객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어요”라고도 했다.
평생을 배우, 그리고 연출가로 살아온 그녀는 작품에 대한 이렇게 확실한 생각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토해냈다. 그렇다고 윤석화가 어려운 사람은 아니다. 계속해서 농담을 던지는 그녀가 코미디 연기를 해도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를 이야기하자 “코미디 하고 싶어요”라는 대답이 곧바로 돌아온다.
“사실 시트콤을 할 뻔 했어요. ‘하이킥’시리즈 연출하는 김병욱 PD가 친한 동생인데 3년 전 쯤 한 번 시트콤을 한 번 해보자고 제안을 해서, 하겠다고 한 적이 있어요”라고 깜짝 고백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윤석화를 ‘하이킥’ 시리즈 왜 보지 못했을까. “작품 제작이 늦어졌고, 저는 해야 할 연극이 기다리고 있어서 스케줄이 안 맞아 못하게 됐어요”라며 본인도 아쉬워한다.
영화 ‘봄, 눈’은 26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앞으로 보다 다양한 모습의 윤석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TV에서 다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사극을 하고 싶어요. 코미디요? 만약 코미디를 하게 된다면 영화에서 하고 싶어요. 만약 제가 코미디를 하면 반전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 지금 윤석화가 사로잡혀 있는 것은 ‘반전’이다. 눈물을 뽑아낼 영화처럼 보이는 ‘봄, 눈’이 실제로는 어떤 반전을 담고 있을지 영화가 기대된다.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사진=김재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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