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은 재화보다 문화적 가치에 중점둬야
거래 시스템과 과세 기준부터 선행 연구를
2008 세제개편안에 대한 범미술계 대책위원회는 30일 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열고 미술품 과세안에 대해 삭제를 요구했다. 왼쪽부터 이용 경향신문 출판기획국장, 최병식 경희대 교수,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 윤돈 개인컬렉터, 표미선 표갤러리 대표. |
한국화랑협회(회장 이현숙)가 주축이 된 ‘2008 세제개편안에 대한 범미술계 대책위원회’는 30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미술시장의 진흥과 과제-2008 세제개편안의 파장과 대안’ 세미나를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미술품 과세안을 삭제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석종수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회장은 성명을 통해 “미술품은 재화적 가치보다 문화적 가치에 중점을 둬야 한다. 열악한 미술계의 거래 규모와 창작환경을 감안할 때 문예진흥정책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우선돼야 한다”며 “미술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및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 등 두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에서 4000만원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모든 작품을 ‘실명거래화’ 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는 미술시장을 아직도 부정한 시장으로만 보려는 시각이고 의무만 이중으로 부과하려는 처사”라고 밝혔다.
그는 또 “조세논리가 문화의 논리를 수용해주는 선진국다운 조세제도를 간곡히 요청한다”며 “투명한 미술시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작가, 화상,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미술시장공정거래위원회를 설치해 미술계의 단결과 함께 세제 개편안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최병식 경희대 교수의 기조발제와 함께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최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9월1일 발표된 2008 세제개편안 개요와 미술분야 세제개편 해설,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의 14년간 진행과정, 해외의 미술품 부가가치세 및 미술품양도차익에 대한 세제, 과세안의 문제점과 상정불가 이유, 과세안의 파급과 영향 등에 대해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현재 세제로도 충분 ▲이중적인 과세의 편파성 ▲개인거래는 미술시장의 핵심 ▲거래실명제에 따른 심리적 위축 등의 이유를 들며 두 과세안에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또 두 과세안의 부정적 파급효과로 ▲미술인들의 창작환경 저하 ▲해외작품 구입만 부추김 ▲역량 있는 전시회 개최 급감 ▲개인거래자 미술시장 외면으로 정체 ▲소장처 은폐, 음성거래 우려 등을 꼽았다.
토론자로 나선 표미선 표화랑 대표는 “미술품 과세안은 미술계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를 초래했다”며 “미술품에 양도세가 부과될 경우 사실상 미술품 실명제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컬렉터들은 작품을 사고 팔지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젊은 작가들의 창작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이고 미술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술시장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미술계의 의견을 취합해 서둘러 대안을 내놓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 윤돈 전 하나증권 청담지점장(개인컬렉터)은 “미술시장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미술계와 정부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미술품 가격기준 마련을 위한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 작업과 단계적인 세제 시행의 연구가 필요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 미술계가 일치단결”이라고 말했다.
이용 경향신문 출판기획국장은 토론에서 “미술품 과세에 대한 문제점은 미술을 상품의 재화적 가치로만 논하고 우리 풍토와는 맞지 않는 것을 서둘러 도입하려 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업자득적인 측면도 있다. 작년, 재작년 미술시장이 활황을 이루면서 과열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박우홍 대표는 “이번 세제개편안은 실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실명제라는 독소조항이 있는 게 문제”라고 보충설명했다.
그는 CBS 김성호 기자의 미술품 판매회사 P사의 신문광고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술품의 30%가 위작이라는 주장은 미술판 자체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미술시장이 받는 폐해가 매우 크다”며 “P사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법적인 대응을 깊숙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논란은 1990년부터 지루하게 공방을 이어오다 2003년 소멸된 법안이다. 2008 세제개편안은 10월6일 국회에 상정돼 11월초께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미술계는 유령처럼 혹을 하나 더 붙여 튀어나온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글·사진 스포츠월드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