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버텨 다시 올라섰다. 그러나 그 힘만으로 한국시리즈(KS)에 닿을 수는 없었다.
프로야구 KIA가 올가을 확인한 현실이다. 얇은 선수층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주축 김도영과 함께 정상을 노릴 시간도 마냥 넉넉하지 않은 만큼, 이번 가을의 아쉬움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KIA는 지난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5차전에서 1-6으로 패해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시즌을 마쳤다. 그래도 반등은 뚜렷했다. 2024년 통합우승 뒤 지난해 8위로 추락했지만, 올해는 79승2무63패로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준PO에선 LG를 3연승으로 제압했다.
반등의 중심에는 김도영이 있었다. 2년 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였던 그는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올해 45개 아치를 그려내며 홈런왕에 올랐다. 지난 9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도 받았다. 이르면 2028시즌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올 시즌 김도영 곁에서 빈자리를 메운 선수들의 몫 역시 컸다. 지난겨울 자유계약(FA) 시장서 최형우와 박찬호가 각각 삼성과 두산으로 떠났다. 박찬호의 대안으로 영입한 아시아쿼터 내야수 제리드 데일마저 부진 끝에 34경기 만에 짐을 쌌다. KIA는 시즌 중 하주석을 트레이드로 데려와 유격수 공백을 채웠다.
젊은 선수의 성장도 힘이 됐다. 특히 2년 차 신예 박재현은 19홈런·21도루를 써내며 국가대표로 발돋움했다. PO 탈락 뒤 양현종이 “이가 없으면 진짜 잇몸으로라도 이기려 했다”며 지나온 분투를 돌아본 배경이다.
이젠 부족한 퍼즐을 맞춰 나가야 할 시점이다. 올가을 드러난 ‘밥상’ 문제가 대표적이다. PO서 선발 테이블세터진이 타율 0.119(42타수 5안타)에 그쳤고,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상위 타순의 부진이 이어지자 김도영을 2번으로 앞당겼지만, 이것만으론 빈곤한 응집력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겨울 공들인 불펜 보강은 기대에 못 미쳤다. KIA는 당시 조상우와 재계약하고, 김범수·홍건희를 영입하는 등 이들에게 최대 총액 42억원을 안겼다. 2차 드래프트로 이태양도 데려왔다. 그러나 넷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스탯티즈 기준)는 합계 2.30으로 팀 전체(51.14)의 약 4.5%에 그쳤다. 홍건희는 부상으로 4경기만 등판한 뒤 방출됐다.
이범호 KIA 감독은 PO 탈락 뒤 “선수들이 가진 것 이상으로 잘 준비해줘서 좋은 경기를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당연히 KS에 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안주를 경계했다. 사령탑 자신부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PO서 겪은 어려움을 돌아보겠다고 했다.
이 다짐을 뒷받침할 구단의 준비도 필요할 터. 공교롭게 올해 KS에 오른 KT와 삼성은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영입으로 전력을 다져온 팀들이다.
물론 투자 자체가 성과를 보장하진 않는다. KIA만 해도 불펜에 힘을 쏟고도 기대에 못 미쳤다. 보강 우선순위는 신중히 따지되, 필요한 자리에는 과감한 선택도 요구된다. 선수단이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구단도 우승을 향한 의지를 올겨울 행보로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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