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문화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원로 배우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9일 국민 아버지 최불암이 향년 87세로 별세하면서 대중문화계는 또 한 명의 큰 어른을 잃었다. 최불암은 수십 년간 안방극장을 지키며 시청자들과 희로애락을 나눴다. 이순재에 이어 안성기와 최불암까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우리 곁을 떠나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해 11월 영원한 현역으로 불린 이순재가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1956년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약 70년간 무대와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활약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MBC)·‘이산’(MBC) 등에서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고,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MBC)에서는 코믹한 모습으로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았다.
90대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 연극 ‘리어왕’ 등에서 방대한 대사를 소화하며 무대에 섰고, 2024년에는 ‘개소리’(KBS2)로 연기대상을 받았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역할에 도전한 그의 행보는 후배 배우들에게 귀감이 됐다.
지난 1월에는 한국 영화의 상징으로 통했던 안성기가 향년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그는 ‘만다라’·‘고래사냥’·‘투캅스’·‘인정사정 볼 것 없다’·‘실미도’ 등 17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의 성장과 궤를 같이했다. 온화한 인품과 폭넓은 연기력으로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스크린 밖에서도 영화계 발전에 힘썼다.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과 스크린쿼터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맡아 영화인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섰다.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은 뒤 투병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지만 끝내 다시 카메라 앞에 서지 못했다.
세 배우가 걸어온 길은 서로 달랐다. 이순재가 연극과 방송을 오가며 평생 현역의 가치를 보여줬다면, 안성기는 한국 영화의 굵직한 순간마다 스크린을 지켰다. 최불암은 수십 년간 시청자들의 일상과 함께하며 친근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기억됐다.
오랜 시간 대중의 일상에 자리했던 배우들의 잇단 별세에 추모도 이어지고 있다. 최불암과 드라마 ‘영웅시대’(MBC)에 함께 출연했던 강석우는 지난 30일 빈소를 찾아 “이순재 선생님, 최불암 선생님 등 1세대 거목들이 다 떠나시니 서운한 마음이 크다”며 “(생전에) 더 깍듯이 모시지 못했던 점이 떠나고 나니 참 많이 후회된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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