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주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특히 SUV는 넓은 공간과 실용성 등을 앞세워 패밀리카 시장에서 세단에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처럼 SUV 중심인 패밀리카 시장에 단단히 도전장을 내민 세단이 있다. 바로 볼보가 최근 출시한 플래그십 전기 세단 ES90이다.
지난 7월 국내에 출시된 ES90의 사전 계약은 두 달 만에 3500대를 돌파했다. ES90의 흥행은 40대 개인 소비자가 이끌고 있다. 볼보코리아 자체 집계 결과, 전체 사전 계약 중 개인 고객 비중이 94.3%(3198명)를 차지했다. 볼보는 40대 아빠들이 ES90을 선택하는 이유가 안락한 승차감의 세단이면서도 넉넉한 실내와 적재 공간, 여러 안전 사양 등 패밀리카로써 탁월한 장점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최근 ES90 운전대를 잡고 서울 강서구에서 경기 포천을 왕복하는 약 120㎞ 코스를 주행해봤다.
생김새부터 확실히 정통 세단과 달랐다. 세단이지만 한눈에 봐도 차체가 꽤 높고 컸다. 3102㎜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와 최대 188㎜의 최저지상고를 갖췄다. 지상고는 동급 프리미엄 세단 평균보다 약 20% 높은 수준이다.
후면으로 돌아가면 패스트백의 성격이 강해진다. 트렁크 문과 뒷유리가 함께 열리는 리프트백 구조를 적용했다. 일반 세단처럼 트렁크 공간이 뒷좌석과 완전히 분리된 형태가 아니라, SUV처럼 실내와 적재공간이 이어진다. 일반적인 세단보다 개구부가 크게 열려 부피가 큰 짐을 넣고 꺼내기에도 편해보였다.
실제 해치백처럼 어렵지 않게 짐을 실을 수 있었고, 적재 공간도 SUV 못지 않게 넉넉했다. 주행을 마친 뒤 26인치 캐리어 1개와 24인치 캐리어 2개, 20인치 캐리어와 플랫 캐리어, 토트백과 보스턴백까지 실었는데 전동 트렁크가 무리 없이 닫혔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409L(리터)인데, 2열을 접으면 1445L까지 늘어난다.
실내 공간도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 무리가 없다. 긴 휠베이스와 전기차 전용 리어 플랫 플로어 구조 덕분에 2열 무릎 공간(레그룸)이 넉넉했다.
세단과 SUV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차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안락한 승차감이 이 차가 세단임을 일깨워줬다. 차량에 탑재된 듀얼 챔버 에어서스펜션이 노면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했다. 다만 주행 중 서스펜션 설정을 변경하려면 최소 4번의 화면을 터치해야해 다소 번거로웠다.
정숙성 역시 뛰어났다.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고속 구간에서도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전기차 특성상 엔진음이 없는 데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까지 상당히 억제돼 운전자와 동승자가 도심 주행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트윈 모터는 최고출력 456마력, 최대토크 68.4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4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급하지 않으면서도 힘있게 속도를 올린다.
시승한 트윈모터 울트라를 기준으로 배터리 용량은 106kWh로 1회 충전에 520㎞ 주행이 가능하다. 볼보차 최초의 800V 고전압 시스템, 최대 350㎾ DC 급속 충전으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22분 만에 충전된다. 중국 CATL의 삼원계 NCM 배터리를 사용한다. 공인 복합 전비는 킬로와트시당 4.4㎞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후방 시야다. 패스트백 형태의 후면 유리가 좁아 룸미러로 볼 수 있는 범위가 좁다. 같은 차선에서 따라오는 차량은 확인할 수 있지만 양옆 차선의 상황까지 폭넓게 살피기는 어려웠다. 2열 암레스트를 올리면 중앙 헤드레스트가 후면 유리를 더 많이 가린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탓에 주요 차량 기능 대부분을 화면에서 조작해야 하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만 하다. 깔끔한 인상을 주지만 주행 중에는 조작 과정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사이드미러와 스티어링 휠의 위치를 바꾸려면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조작해야 하는 점이 번거롭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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