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준비한 만큼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목이 메어 뱉어낸 진심 어린 한마디. 그 속에 뼈를 깎는 노력이 담겨 있었다. 여서정(제천시청)이 짊어졌던 부상의 시련, 그리고 황서현(인천체고)이 견뎌낸 벼랑 끝의 시간.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들이 빚어낸 땀방울이 한국 여자 기계체조에 동반 금메달이라는 값진 선물을 안겼다.
여서정은 지난 24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서 1, 2차 시기 평균 14.483점으로 우승했다. 처음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서 금메달을 딴 뒤 8년 만에 다시 선 AG서 두 번째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가 AG 금메달 두 개를 보유하는 건 여서정이 최초다.
금빛 질주는 순탄치 않았다. 어깨 부상 여파로 2024 파리올림픽서 7위에 머물렀던 여서정은 이후 아킬레스건 수술까지 받으면서 긴 재활 시간을 보냈다. 실전 감각이 떨어졌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올해 5월 대표 선발전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6월 아시아선수권서도 도마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8년 만에 출전한 AG서 여전한 최강의 자리를 확인했다.
아버지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홍철 이사는 1994 히로시마 대회와 1998 방콕 대회 남자 도마 2연패를 이룬 바 있다. 여서정은 “아빠의 길을 똑같이 걸어가고 있는 게 너무 좋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정말 행복하고 감격스럽다”며 “아빠도 중계로 마음 졸이면서 봤을 텐데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라이벌이자 2022 항저우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안창옥(북한)은 2차 시기서 크게 넘어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여서정은 “(안창옥이) 넘어지는 걸 바라진 않았다. 정정당당하게 하고 싶었는데 안타까웠다”며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긴장도 많이 했다. 부상을 이겨내고 왕좌를 탈환한 거라 느낌이 좀 달랐다”고 말했다.
황서현의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을 안긴다. 키 133.8㎝의 작은 체구. 하지만 매트 위에서의 존재감은 거인 못지않았다. 25일 열린 기계체조 여자 평균대 결선서 난도점수 6.600점, 실시점수 8.100점을 합쳐 14.700점을 획득했다. 중국의 강호 추치위안(14.566점)을 0.134점 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평균대 종목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1986 서울 대회 서선앵 이후 무려 40년 만이다.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개인종합 4위 안에 들지 못해 탈락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기계체조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종목별 랭킹포인트를 기준으로 추가 선발하면서 극적으로 기회를 잡았다. 황서현은 “금메달을 딸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우승을 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며 “경기가 끝나고 내 이름이 제일 위에 있는 것을 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루틴을 짜주신 선생님, 믿고 뽑아주신 감독님, 코치님들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고 말했다.
황서현은 굳은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평균대 기술이 하나가 안 돼서 그걸 잡느라 힘들었다”며 “기계체조를 많이 알아주고 응원해 줘서 감사하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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