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정상에 올라봤다. 미국에 건너가서는 처음부터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불면의 밤들 속엔 뼈저린 좌절과 후회가 새겨질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고우석(LG)은 지난 3년을 ‘실패’라는 두 글자로 단정짓지 않는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직접 부딪쳐 확인한 시간이었다. 3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만난 고우석은 미국 생활을 돌아보며 “후회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행 자체를 후회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조금 더 잘했으면, 처음부터 준비가 잘돼 있었으면 하는 후회가 크다”며 “이 마음을 앞으로 야구를 하면서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 좋은 스토리로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고우석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다. 2017년 LG에 입단해 7시즌 동안 354경기서 19승26패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2019년 35세이브를 써낸 데다가 2년 뒤엔 42세이브와 평균자책점 1.48로 세이브왕에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3년엔 쌍둥이 군단서 29년 만의 통합우승까지 함께했다.
더 높은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미국에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2024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한 뒤 마이애미 말린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미네소타 트윈스를 거쳤다. 빅리그보단 마이너리그 담금질의 시간이 길었다. 마이너리그 3시즌 통산 성적은 111경기 11승6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5.02. 한국에서의 보여준 퍼포먼스에 비해 아쉬움이 짙을 수밖에 없었다.
마이너리그를 바라보던 시선부터 바뀌었다. 고우석은 “경험하기 전에는 마이너리그라고 하면 아직 부족한 선수들이 뛰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막상 뛰어보니 아니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바로 알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직접 보고 느껴보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것이다.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실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렸고, 바라던 빅리그 마운드 역시 밟았다. 올해 미네소타서 데뷔해 4경기 4이닝을 던졌다. 성적은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9.00을 작성했다. 꿈을 이룬 순간에도 마음껏 기뻐할 여유는 없었다. 고우석은 “좋았지만, 무언가 계속해서 ‘이 기회 잡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계속 쫓겼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기대만큼 결과를 만들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제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미국행을 꿈꾸는 후배 선수들에게도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고우석은 “쉽지 않고 어려운 길인 것은 맞다”면서도 “어떤 생각으로 미국에 나왔는지, 왜 이 도전을 시작했는지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내 경우엔)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끝없이 힘들지만 그냥 야구를 한다고 생각하면 괜찮았다”고 했다.
단순 성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난 3년의 무게일 터. 구광모 LG 구단주는 구단을 통해 고우석에게 “미국에서의 용기 있는 도전이 인상 깊었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고우석도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스스로도 얻은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잘 던질 때와 흔들릴 때의 이유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도 간혹 겪었다. 미국에서는 그 답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이 시간들이 앞으로의 선수 생활에서도 자산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고우석은 “왜 성적이 좋았고 왜 나빴는지를 예전에는 정확히 몰랐던 것 같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그 이유를 찾아내고 돌아온다면 진짜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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