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물러난 자리를 체감온도 38도 안팎의 폭염이 채우고 있다.
야외 스포츠 종목 선수들은 상대뿐 아니라 치솟는 체온과도 싸워야 한다. 호흡은 가빠지고 몸속 수분은 빠르게 줄어든다. 지구력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손끝의 감각과 반응속도, 순간 판단과 집중력까지 흐트러지면서 경기력 저하는 물론 온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가마솥더위는 다시 시작됐다. 28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졌고, 남부 일부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다. 전국 낮 최고기온은 32∼38도로 예보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체감온도 38도 이상의 극심한 더위가 예상됐다.
행정안전부는 하루 전인 27일 폭염 재난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진 지역에는 야외행사와 축제 일정 조정도 주문했다. 스포츠 현장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에선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 동안 8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된 바 있다.
마라톤과 축구처럼 많은 에너지를 쏟는 종목은 물론,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경기시간이 긴 골프 역시 안심할 수 없다. 같은 기온서도 선수들이 받는 부담은 종목마다 다를 터.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공익재단법인인 스포츠안전재단의 ‘체육행사 개최자를 위한 폭염 대응 매뉴얼’은 경기시간을 폭염에 노출되는 정도로, 운동강도를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으로 보고 종목별 취약도를 구분한다. 운동강도가 높거나 바깥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위험도 커진다는 의미다.
종목단체들이 나서지 않는 건 아니다. 일부 아마추어 대회는 한낮 경기를 줄이고 이른 오전이나 해가 진 뒤로 일정을 옮긴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대형 송풍기와 얼음조끼, 전해질 음료를 마련하고 휴식 시간을 늘린다. 그러나 정해진 경기 수와 빡빡한 대회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종목은 더위를 피해갈 여지가 좁다. 특히 진학 일정과 맞물린 학생선수 대회는 연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지금의 대응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폭염을 “이미 예고된 재난”이라고 규정했다. 황 교수는 “더 우려스러운 건 아마추어와 학생선수다. 프로 선수들은 여름 내내 경기를 치르며 더위에 적응할 여건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아마추어와 학생선수들은 준비 정도가 다르다”며 “경기에 나선 선수뿐 아니라 벤치나 더그아웃에서 대기하거나 응원하는 선수들도 높은 습도와 열기에 계속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낮만 피하면 된다는 접근도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최근에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습도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오전이나 저녁이라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진 날에는 야외행사 자체를 멈추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적어도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약 2주간은 야외 스포츠 일정을 최소화하거나 비우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상위 체육단체와 문체부 차원에서 경기 중단 및 연기와 선수 보호에 대해 더 세밀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명피해 가능성도 경고했다. 황 교수는 “폭염이 해마다 심해지고 있다. 날씨 자체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다.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데, 현장 대응엔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 많다”며 “매년 이 시기에는 스포츠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종목단체의 판단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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