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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볼넷, 속절없네… 스피드업 강화에도 ‘3시간 벽’ 여전

입력 : 2026-04-15 14:31:30 수정 : 2026-04-15 14: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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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시간 단축’ 기조가 볼넷 증가로 되레 역행하는 흐름이다. 야구 팬들이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도중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로야구의 ‘시간 단축’ 기조가 볼넷 증가로 되레 역행하는 흐름이다. 야구 팬들이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도중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줄이려는데, 도리어 왜 늘었을까.’

 

2026시즌 프로야구 경기시간을 둘러싼 물음표다. 신속한 경기 진행을 위한 ‘스피드업’ 규정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지만, 마의 ‘3시간’ 벽은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늘어지는 흐름이다.

 

KBO리그 평균 경기시간이 3시간10분 밑으로 내려간 건 2010년대 이후 단 4차례뿐이다. 2010년(3시간8분), 2012년(3시간6분), 2019년(3시간8분), 그리고 피치클락을 정식 도입한 2025년(3시간2분)이다. 불필요한 시간만 더 덜어낸다면 1998년(2시간59분) 이후 처음으로 평균 3시간 미만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뒤따른 이유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분위기는 정반대다. 올 시즌 10개 구단이 70경기를 치른 14일 현재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8분이다. 어렵게 줄였던 시간이 불과 한 시즌 만에 부풀기 시작했다.

 

피치클락 전광판이 지난해 3월14일 잠실서 열린 두산와 KIA의 경기 도중 작동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피치클락 전광판이 지난해 3월14일 잠실서 열린 두산와 KIA의 경기 도중 작동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치를 들여다보면 이유가 선명해진다. 투수들이 올 시즌 상대한 타자는 5647명으로, 지난해 동일 시점(4월9일·70경기)의 5448명보다 199명 늘었다. 볼넷(536개→633개) 또한 97개 증가했다. 투구수는 2만958개에서 2만2049개로 1091개 불어났다.

 

설상가상 선발진의 버티는 힘 역시 약해졌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지난해 64회에서 올해 40회로 24회 감소했다. 전체 이닝서 불펜이 차지하는 비중도 39.2%에서 44.8%로 뛰었다.

 

볼넷이 속절없이 시간을 삼키고 있다.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가 전례 없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볼넷이 늘고 투수 교체가 잦아지면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다”며 “경기 템포를 좌우하는 건 결국 경기력”이라고 짚었다.

 

야구 팬들이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도중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구 팬들이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도중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허구연 총재 취임 이후 스피드업 기조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2026시즌에도 피치클락은 주자 없을 때 20초에서 18초, 주자가 있을 때 25초에서 23초로 줄었고, 마운드 방문 시간 축소와 타자 준비 규정 강화 등 세부 장치도 손질됐다. 규정 정비 덕분에 불필요한 지연은 상당 부분 걷어냈을 터. 이제 남은 것은 경기 안의 ‘내용’이다.

 

허 총재는 과거 해설위원 시절 “야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다른 스포츠가 아니라 영화 등 문화 콘텐츠”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콘텐츠 시장의 변화에서 KBO가 활용할 수 있는 힌트가 수두룩하다. 특히 숏폼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관객이 몰입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흥행 상위 10편의 평균 러닝타임은 약 2시간2분이다. 3시간이 넘는 초장편 ‘아바타: 불과 재’를 제외할 시 평균 1시간54분까지 내려간다. 5년 전 상위 10편(2021년·약 2시간6분)과 비교하면 확실히 짧아졌다. 길게 소비하기보다, 짧은 시간 안에 몰입을 완성하는 콘텐츠가 선택받는 시대다.

 

세계 최초 로봇 심판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선도해 온 KBO리그 역시 이 흐름과 무관할 수 없다. 단시간 내로도 큰 몰입도를 낼 수 있는 경기력, 즉 ‘퀄리티’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피치클락 전광판이 지난해 3월22일 잠실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 도중 작동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피치클락 전광판이 지난해 3월22일 잠실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 도중 작동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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