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풍산그룹)회장님께서 협회(KPGA) 적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개인 후원금’으로 10억원을 지원해 주셨다.”
김원섭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이 투어 선수들을 위해 쓰여야 할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후원금(상금+대회 운영비) 10억원을 투어 적자 보전용으로 전용(轉用)하려 해 파장이 예상된다.
KPGA는 지난해 총회에서 2025년 투어 사업이 19억4000만원 흑자가 기록될 것이라고 보고하고 예산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3월 정기총회에서 보고한 결산에서는 11억4200만원 적자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1년 만에 30억8100만원의 손익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KPGA 집행부는 이 자리에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지원금 10억원으로 적자를 보전할 수 있어 사실상 적자 폭이 크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본지가 지난 1일에 단독 보도한 <‘30억원 증발’… KPGA 2025년 사업 결산 부결 진짜 이유>를 통해 드러났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최근 추가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풍산그룹이 지급한 10억원의 자금은 적자 보전용이 아닌 오는 6월 개최 예정인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대회 후원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풍산그룹이 한국 남자골프의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대회와 선수를 위해 지원한 자금이 KPGA 집행부의 운영적자 보전 재원으로 유용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를 정기총회에서 표결을 앞두고 류진 회장의 개인 후원금이라고 대의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전면 비공개로 진행한 정기총회부터다. 문충환 전 KPGA 업무감사는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에게 “2025년 결산으로 11억(원) 적자가 발생한 것을 류진 (풍산그룹)회장님께서 아시고, 협회 적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해서 ‘개인 후원금’으로 10억원을 지원해 주셨다”고 발언했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을 포함한 KPGA 집행부는 풍산그룹이 지난 3월27일자로 송금한 10억원의 통장 명세를 대의원에게 공개했다.
사실과 달랐다. KPGA는 정기총회를 약 일주일 앞둔 지난달 23일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후원 검토 요청의 건’이라는 공문을 풍산그룹에 발송했다. KPGA 측은 이 공문에서 ‘금년 69회차를 맞이하는 KPGA 선수권대회의 성료를 위해 대회 후원을 요청한다’고 기재했다. 요청한 금액은 16억원이었다. KPGA가 지난달 발표한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총상금 16억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 공문에는 적자 보전과 관련한 내용은 단 한 단어도 없었다. 지난달 KPGA를 퇴사한 사무처장과 김진형 투어이사, 그리고 김 회장의 최종 결제로 이뤄진 통상적인 대회 지원 요청 공문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총 16억원 중 ‘1차분 : 10억원 / 2차분 6억원’으로 분리해 지급해 달라고 명시했다. 이에 풍산그룹은 지난달 27일 오전 1차분 10억원과 부가세(VAT) 1억원을 각각 KPGA 측에 송금했다. KPGA 측은 이 10억원의 송금 명세를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정기총회에 참석한 복수 대의원들은 “정기총회는 녹취 및 속기를 병행한 회의록을 남기게 돼 있다”라며 “문 전 업무감사가 ‘류진 회장께서 적자 보전을 위해 개인 후원금 10억원을 지원해 주셨다’고 발언한 내용과 대의원들에게 공개한 풍산그룹의 송금 명세는 회의록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산그룹 측과 KPGA 측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오문길 풍산그룹 이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KPGA 측으로부터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후원 명목으로 공문을 받았고, (공문)그대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KPGA 측도 “선수권대회는 6월 개최 예정이며 (이번에 풍산그룹이 지급한 후원금 10억원은)정상적인 선집행”이라며 “풍산그룹은 통상적으로 대회 운영비 및 상금이 포함된 후원금을 분할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고 전했다.
문 전 업무감사가 정기총회에서 “류진 회장님께서 개인 후원금 10억원을 지원해 주셨다”고 발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KPGA 측은 이 사안과 관련해 “후원금은 대회 상금과 운영비로 사용된다”면서도 “다만 캐시플로(자금 흐름)의 안정화를 위해 대회 후원금을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협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풍산그룹의 후원금은 탄력적 활용 건으로 볼 수 없다. KPGA 집행부는 정기총회에서 ‘2026년 사업 예산 승인의 건(제2호 의안)’을 안건으로 올렸고, 대의원 표결을 통해 승인받았다. 10억원이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의 후원금이라면 2026년 사업 예산안에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회계상 원칙적으로 2026년도 수익 또는 2026년도 특정 대회(선수권대회)의 후원금으로 명세 처리돼야 한다. 2025년도 결손 보전 재원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문 전 업무감사는 대의원들에게 “풍산(그룹)이 2024년에 25억원, 2025년에 31억원, 2026년에는 50억원을 후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 결산과 예산 표결을 앞둔 대의원들이 풍산그룹 후원금의 실질을 오인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풍산그룹 오 이사는 “기업이 대회 또는 협회를 후원하면서 금액을 정해놓고 지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 대의원은 “정기총회에서 결산 적자와 관련한 핵심 질의가 쏟아지는 데 김원섭 회장보다 문 전 업무감사가 먼저 나서서 답변했다. ‘의장님(김 회장)께서 직접 답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까지 나올 정도”라며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현 집행부가 총회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 주장을 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KPGA 4월 임시 이사회에서 문 전 업무감사의 KPGA 부회장 선임 안건이 올라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사회는 금일(15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이 같은 소문이 도는 것만으로도 김 회장의 리더십과 현 집행부의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문 전 업무감사는 KPGA를 통해 본지에 “나중에 있을(6월) 대회 자금을 3월에 줬는데 그게 어떻게 (선수)상금인가”라고 반문하며 “거짓말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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