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흥행 여부를 판단하는 수치는 과거부터 시청률이었다. 15년 전만 해도 시청률 50%를 넘나드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쉬웠지만 지금은 한자릿수 시청률이 일상이 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보편화되면서 시청자 입장에선 더 이상 ‘본방 사수’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입장에선 시청률이 낮아 흥행에는 실패했어도 해외 OTT 등에서 순위권 내에만 든다면 존재감을 높이고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
배우 노정의·이채민 주연의 MBC 드라마 ‘바니와 오빠들’은 지난 11일 첫 회 시청률이 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 1.3%를 기록해 MBC 금토극 역대 최저 시청률 출발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2회 만에 시청률 0%대(0.9%)까지 가라앉은 드라마는 3회 1.5%, 4회 1.1%로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는 누적 조회수 1억7000만 뷰를 기록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흑역사로 남아버린 첫 연애 이후 갑자기 다가온 매력적인 남자들과 엮이게 된 바니(노정의)의 남자친구 찾기를 그린 로맨스다. 대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훈훈한 비주얼의 신예들과 아름다운 영상미 등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장르 특성상 전 연령대의 시청층을 사로잡기엔 힘들다. 다양한 시청층을 확보하지 못한 게 결국 낮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저조한 시청률과는 다르게 해외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전세계 106개국에서 동시 공개된 직후 이탈리아·스위스·스페인 등 전 세계 19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북미와 중남미·유럽·오세아니아 등 88개국에 서비스하고 있는 K-콘텐츠 플랫폼 코코와플러스에서는 전체 글로벌 2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OTT 플랫폼 유넥스트에서도 2위에 오르는 등 세계 각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외에 OTT를 통해서도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 동시 공개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입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6일 종영한 tvN ‘감자연구소’ 또한 1%대 초라한 시청률을 전전했다. 5회 시청률은 1.1%까지 추락하면서 드라마 날 녹여주오가 기록했던 1.2%를 넘어 tvN 토일극 역대 최저시청률을 경신했다. 마지막 회 또한 1.8%를 기록하며 1%대 탈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tvN 토일극 역사상 첫 회와 마지막회가 모두 1%대인 작품은 감자연구소가 처음이다.
시청률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OTT에서는 선전했다. 방영 첫 주 넷플릭스 TV쇼 글로벌에서 7위를 기록하며 단숨에 톱10에 진입했다. 넷플릭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9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으며 전 세계 52개국에서 10위권 안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종영 후에도 감자연구소는 동남아시아 등 지역에서 톱10에 자리했다.
국내에선 올해 드라마 중 최악의 혹평을 들은 이민호·공효진 주연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도 해외에서는 선전했다. 공개 2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비영어 부문 8위에 진입했다. 캐나다·호주·일본·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55개국에서 톱10에 진입했다.
미국의 리뷰 전문 매체 디사이더는 “훌륭한 두 주연 배우와 환상적인 시각 효과로 인해 매우 볼만한 드라마”라고 칭찬하는 등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류 스타 이민호 인기에 힘입어 사전 판권 판매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콘텐츠의 화제성과 인기를 단순히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다는 분석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시청률은 평균 3~4%로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변우석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마지막 회는 영화관 단체 관람이 이뤄졌고, 팝업스토어는 인산인해를 보였다.
2020년 문가영·차은우 주연 드라마 ‘여신강림’도 시청률에 비해 젊은 층에게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OTT가 완전히 대중문화에 안착하면서 기존 시청률로만 체감되던 드라마의 인기가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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