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과 함께 가수의 감미로운 보컬이 넓은 공원을 가득 메운다. 돗자리를 깔고 친구들과 모여앉은 30대 직장인 김유진씨(가명)는 휴대폰 플래시를 들고 떼창의 물결에 합류했다. 귀가 중 김씨는 곧바로 다른 페스티벌 일정을 찾아보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또 같이 가자.”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음악 페스티벌의 현장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경험한 사람은 없다. 음악을 매개로 하나 돼 즐기는 페스티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벅찬 감동이 있다. 포털 사이트에 ‘뮤직 페스티벌’을 검색하면 가을까지 예정된 공연만 40여개다. 지역별, 장르별 공연을 고려한다면 음악 관련 페스티벌은 100여개에 이른다.
◆#장소#장르#글로벌…입맛대로 고른다
음악 페스티벌은 콘서트와는 다르다. 출연자는 짜인 시간표에 맞춰 무대에 서고, 관객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축제를 즐긴다. 동시에 여러 스테이지가 운영되며 스테이지 간 시차를 두고 운영된다. 최근에는 음악 장르도, 출연 가수의 라인업도 한계 없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국내 음악 페스티벌의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페스티벌의 유료화·대형화 경향과 지속성이 커졌다. 초기 페스티벌이 록이나 재즈 등 국제적 장르에 집중됐다면 일렉트로니카, 힙합 등의 장르로 확대됐다. 봄과 가을엔 감성적인 음악, 여름에는 EDM 등 다소 거친 음악 장르가 주를 이뤘다. 헤드라이너(당일 대표 격의 출연 가수)의 티켓 파워가 절대적이다. 과거 크라잉넛, 노브레인, 장기하와 얼굴들 등 1, 2세대 밴드가 활약했다면 요즘은 10CM, 선우정아 등 감성 보컬리스트들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날씨에 관계없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부터 장르별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지난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더 글로우는 풍성한 조명, 레이저, 특수효과 등 실내 공연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호평을 얻었다. 지난해 1만5000명에서 올해 2만5000여명으로 관객 규모도 크게 늘었다.
야외 페스티벌도 이어진다. 오는 26∼27일 서울 난지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2025 러브썸에는 섭외 1순위인 10CM, 멜로망스 등이 라인업에 올랐다. 다음달 30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제17회 서울재즈페스티벌이 낭만을 선물한다.
6월에 열리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BML)는 기존의 88잔디마당, 88호수 수변무대에 이어 KSPO돔까지 규모를 넓혀 진행된다. 10월말 서울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되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의 역사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음악 페스티벌의 대중화를 이끈 시초이자 가을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다.
국내 최대 전자음악 축제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은 6월 경기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다. 국내 록 페스티벌의 전성기를 이끈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올해 20회를 맞아 8월 개최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K-팝 가수들의 해외 진출로 생소하게 들렸던 해외 음악 페스티벌의 이름도 익숙해졌다.
◆음악과 함께…먹고 마시고 즐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억눌렸던 야외 활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소 과한 지출도 불사하는 소비 트렌드가 생겨났다. 공연 티켓값, 놀이공원 입장료 등 오락 분야의 비용이 치솟는 ‘펀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종일권을 구매해 시간표에 따른 무대를 하루동안 즐길 수 있다. 예고된 시간표에 따라 좋아하는 출연자의 공연을 찾고, 틈틈이 음식을 먹으면서 각종 이벤트를 즐긴다. 여러 즐길 거리를 체험할 수 있는 축제의 현장이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티켓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10만원 대의 페스티벌 티켓은 나름의 합리적 소비로 여겨진다.
체력은 필수다. 떼창할 목청도, 무대 간 이동도 체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길게는 10시간 가까이 현장에서 머무는 관객을 위해 먹고 마실 음식도 필요하다. 유통업계는 페스티벌 내 F&B존을 통해 홍보 효과를 노린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과 제품의 특성이 맞물릴 경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무대와 무대 사이의 연결 시간엔 각종 체험 및 판매 부스가 붐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음악 페스티벌은 현장 마케팅 효과가 적지 않다. 지난해 GMF 2024에 참가한 한식 브랜드 본죽&비빔밥은 가볍지만 든든한 식사를 선호하는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재료를 한 그릇에 담아 먹는 비빔 포케를 판매했다.
음료와 주류 브랜드도 적극적이다. 2018년부터 ‘도심에서 즐기는 피크닉’을 콘셉트로 한 파크 뮤직 페스티벌은 지난해 칭따오, 국순당, 감성커피 등 커피와 주류 브랜드가 공식 스폰서로 참여해 제품을 판매했다. 칭따오는 메인인 파크 스테이지, 수변무대에 마련된 어쿠스틱 스테이지에 각각 부스를 설치했다.
주류 수입 및 유통 전문 기업 트랜스베버리지는 세계 3대 EDM 페스티벌로 꼽히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2024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엑스레이티드를 판매했다. EDM 콘텐츠를 경험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인 트렌디함과 아이코닉함 등을 어필하고자 했다.
올해도 업계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맥주 브랜드 코젤과 필스너 우르켈은 더글로우 2025에 단독 주류 스폰서로 참여했다. 코젤 관계자는 “페스티벌은 제품의 풍미와 감성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브랜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현장”이라고 참가 목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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