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넘게 하늘만 바라보는 게 최선이었을까. 하염없는 기다림, 선수도 팬도 지친다.
기상 이변으로 예측 불가의 날씨가 늘어나면서 KBO리그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정이다. 올해 큰 국제대회가 없음에도 역대 가장 빠른 개막(3월22일)을 알렸다. 이와 함께 주말 더블헤더 경기를 적용한다. 금, 토요일 경기가 취소되면 다음날 두 경기를 치러야 한다. 지난 18일부터 시행됐다.
시즌 조기 개막, 주말경기 더블헤더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특히 감독, 선수는 물론 팬들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이 같은 일정에 따른 부작용이 지난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LG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서 나왔다.
이른 시간부터 비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다. 내야 전체를 덮는 방수포를 깔아놓긴 했으나 정상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들쑥날쑥하긴 했지만 오후에도 계속 비 예보가 있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야외 대신 실내훈련을 진행하며 예의주시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오후 2시2분, 경기 시작 2분 만에 경기가 중단됐다. 빗줄기가 갑자기 굵어진 탓이다. 16분 후 재개됐지만 좀처럼 비는 그치지 않았다. 4회 초, 다시 비가 거세졌다. 오후 3시21분. 두 번째 우천 중단이 선언됐다. 이번엔 쉬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비의 양은 오후 5시 무렵이 돼서야 줄어들었다. 이미 그라운드엔 물이 고인 상태였다. 그라운드 키퍼들과 구단 스태프들이 모두 나서 작업에 나섰다. 오후 5시40분, 드디어 경기가 재개됐다.
2시간 35분(155분).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우천 중단 시간이다. 역대 최장 기록은 2023년 9월 17일 대전서 나왔다. KT와 한화의 더블헤더 2차전서 204분간 경기가 중단된 바 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경기는 8시13분에 종료됐다. 5시에 시작한 고척(KT-키움전) 경기보다 늦었다.
악천후에도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팬들의 고충도 컸다. 경기 시작부터 종료까지 중단시간 포함 총 6시간 13분이 걸린 셈이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부산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직항 비행기를 탔다면 태국 푸껫까지도 갈 수 있다. 팬들은 “우천으로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다”는 전광판 공지만을 바라보며, 비와 함께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긴 기다림,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투수들이 직격탄을 받았다. 어깨가 식은 선발투수들은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손주영(LG)의 경우 3회까지 1피안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좋은 페이스를 보여줬음에도 강제 조기 교체돼야 했다. 불펜진에도 부담이 가중된 상황. 일례로 SSG는 8회에만 세 명의 투수를 투입해야 했다. 영점을 잡히지 않는 듯 나오는 투수들마다 볼넷을 허용했다. 7회까지 팽팽했던 승부가 한순간에 완전히 기울었다.
이유가 있다. 우천 취소는 경기 감독관과 심판진 등이 협의해 결정한다. 지난 18일부터 더블헤더가 시행됐다. 금, 토요일 경기가 취소되면 다음날 두 경기를 치러야 한다. 기본적으로 현장에선 더블헤더에 대한 압박이 크다. 체력적 소모가 극심하다. 선수층이 얇은 경우엔 더욱 불리하다. 쉽사리 취소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배경이다. 더욱이 3회까지 LG가 2-0으로 앞서고 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을 터. 최대한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블헤더 부작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다. 누적된 피로는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 일정에도 영향을 준다. 부상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은 기본,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구단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물론 더블헤더 자체를 없애긴 어렵다. 워낙 기상 변수가 많다 보니 한 시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월요일 휴무일 활용, 경기수 축소, 돔구장 활용 등 KBO 측이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도출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프로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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