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고 싶은, 뛰고 싶은 구단으로.”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은 2007 겨울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 6회 연속 통합우승이란 금자탑을 세운 명가다. 적수가 없어 ‘레알 신한’이라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시계가 멈췄다.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기억을 떠올리려면 10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최근 두 시즌 동안은 플레이오프(PO) 무대도 밟지 못했다.
변화의 칼을 뽑아들었다. 구단 시스템부터 코칭스태프 교체, 리빌딩을 위한 트레이드까지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며 명가 재건의 총성을 울렸다.
먼저 신한은행은 구단 시스템에 변화를 줬다. 지난 3월을 기점으로 독립 부서로 나서면서 전임 단장 체제로 전환했다. 이전까지 농구단은 은행 홍보부 산하에 있었으며, 단장 및 부단장 역시 은행 홍보 업무와 병행해왔다.
이를 통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올리는 동시에 의사 결정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의지다. 마케팅 및 홍보 업무도 전문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인 구단 문화의 성장과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 변화의 첫 성과는 최윤아 감독 선임이다. 지난 3월 부임한 용운호 단장은 신한은행 인사부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해 금융권에선 ‘인사통’으로 유명하다. 새 감독 선임이라는 업무를 맡으면서 인사부 근무 노하우를 담았다. 수많은 지원자들의 배경은 모두 지웠다. 오로지 실력과 능력, 잠재력에만 집중했다. 여자프로농구(WKBL) 최연소 최윤아 감독이 탄생한 배경이다. 1985년생 최 감독은 가장 젊은 사령탑이지만, WKBL 2개 구단과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코치 등을 역임한 잔뼈가 굵은 지도자다.
이경은에게 코치직을 맡기면서 오랜만에 WKBL 코트로 돌아온 최 감독을 지원사격한다. 이 코치는 올 시즌까지 선수단과 땀을 흘리며 뛰었기 때문에 최 감독과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력적으로는 리빌딩 기조를 유지한다. 최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강계리를 사인앤트레이드 방식으로 우리은행으로 보냈다. 그리고 2025~2026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 우선 지명권을 받았다. 다만 집토끼 신지현과 FA 계약을 맺으면서 팀 중심은 잡아간다. 이경은의 코치 변신, 구슬의 은퇴로 신지현은 최이샘에 이은 최고참이 됐다.

이 같은 파격적인 변화에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애정과 의지가 담겨있다. 강력한 지지가 있었기에 대대적인 개편이 가능했다. 진 회장은 은행장 시절부터 구단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사로 유명하다. 코칭스태프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물론, 바쁜 시간 와중에 짬을 내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단을 응원했다. 특히 2023년 용인에 위치한 신한은행 연수원을 리모델링해 농구단이 숙소와 연습체육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체육과, 라커룸, 샤워실, 1인 1실 숙소 등 모든 여건이 좋아져 선수단의 만족도가 높았다.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정상혁 구단주의 공도 컸다.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이 두 달간 단행한 개편은 나비의 날갯짓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안다. ‘브라질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텍사스의 태풍을 몰고 온다’는 사실을. 나비효과처럼 재건될 명가를 꿈꾸는 신한은행이다. 최 감독은 “새로운 신한을 만들어 선수들이 오고 싶은, 뛰고 싶은 팀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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