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2025 남자프로농구 정규리그가 막을 내렸다. 한국농구연맹(KBL)이 발표한 기록 결산에는 각 부문별 개인 기록 1위들의 이름과 함께, 리그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을 짚을 수 있는 숫자들이 담겼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수치는 득점이다.
10개 구단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77.2점. 지난해(83.5점)보다 6.3점가량 하락한 수치이자, 최근 10시즌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에 해당한다.
리그 평균 득점이 70점대까지 내려간 것은 10년간 앞서 단 세 차례 있었다. 2015∼2016시즌(78.8점)과 2016∼2017시즌(79.1점),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됐던 2019∼2020시즌(78.4점)과 올 시즌이 전부다. 그 외 시즌은 모두 80점대를 기록했다.
특히 2017∼2018시즌과 2018∼2019시즌에는 두 시즌 연속 평균 84.1점을 마크, ‘공격 농구’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이번 시즌 하락세가 유독 뚜렷하다. 이보다 낮은 수치는 11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4~2015시즌 정규리그 평균 득점은 74.6점에 머무른 바 있다.
득점 감소 현상은 선수 개인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올 시즌 규정순위 기준을 충족한 선수 중 평균 득점 20점대를 넘긴 건 자밀 워니(SK·22.6점)와 앤드류 니콜슨(한국가스공사·21점)뿐이었다. 직전 시즌 패리스 배스(전 KT·25.4점), 이정현(소노·22.8점) 등을 포함, 무려 7명이 20점대 득점을 기록했던 것과 대비된다.

올 시즌 도입된 하드콜 여파를 빼놓을 수 없을 전망이다. 접촉이 있어도 파울이 불리지 않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선수들이 몸을 사리게 됐고, 공격 흐름 역시 끊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KBL 최고 가드 허훈(KT)은 시즌 도중 “득점은 안 나오고, 컨디션은 떨어진다”며 작심 발언을 한 바 있다.
일정을 거듭할수록 부상 우려까지 더해졌다. 순위 싸움이 본격화된 시즌 막판엔 선수를 넘어 팀간 신경전은 더 날카로워졌고,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몸싸움과 감정 대립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 게 대표적이다.
이러한 흐름은 KBL이 ‘수비 중심 리그’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와도 맞물린다. 신기성 tvN 스포츠 해설위원은 9일 통화에서 “요즘 한국 농구는 수비에 엄청난 포커스를 두고 있다”며 “이 반대급부로 공격적인 모습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순 하드콜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예년보다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기대에 못 미쳤고, 국내 A급 선수들의 잇단 부상도 영향을 줬다. 무엇보다 수비 일변도의 흐름이 리그 전체의 다양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팀이 수비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빠른 농구, 외곽 농구 등 다채로운 농구가 공존하는 그림이 필요하다”는 신 위원의 말처럼, 이번 시즌 득점 지표는 단순 수치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공격력 저하와 스타일 획일화가 동반되고 있다는 사실은 KBL이 마주한 당면과제다. 리그의 흥미와 경쟁력을 위해 더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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