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강과 이병헌이 지키고, 김택연이 걸어잠근다.
프로야구 두산의 철벽 불펜이 다시 가동된다. 지난해 뒷문을 책임지며 눈부신 성장을 이룬 세 명의 신예가 올 시즌 처음으로 동시 출격했고, 팀은 값진 승리를 챙겼다.
마침내 두산의 ‘지-병-택’ 트리오 전원이 마운드에 올랐다. 개막 후 14경기 만이다. 직전 시즌 도중 어깨 부상으로 공백기를 겪고, 올 시즌엔 결막염으로 1군 합류가 늦어진 최지강이 완벽한 몸 상태로 귀환을 알렸다.
여기서 왼손 필승조 이병헌과 마무리 김택연까지, 믿음직스러운 승리 공식을 앞세운 두산은 이제 후반 승부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의 고민 역시 한결 덜었다
8일 한화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승리로 시즌 7승7패 및 승률 5할에 도달했다. 연장 11회 말 포수 김기연의 끝내기 안타로 6-5 승리를 거둔 가운데 이 토대를 마련한 건 든든한 불펜 덕분이었다. 특히 젊은 필승조 셋이 간만에 뭉친 모습이 돋보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복귀한 최지강이었다. 육성선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그는 2024시즌 55경기 3승1패 15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4(50이닝 19자책) 성적을 올린 바 있다. 비록 부상으로 인한 휴식이 있었지만,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 잠실 마운드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퓨처스리그(2군)서 2⅓이닝 무실점 투구로 시동을 걸었다. 1군 등록 후엔 곧바로 한화와의 연장 승부서 1이닝 삼자범퇴로 승리투수까지 거머쥐었다. 주무기인 지저분한 투심 패스트볼도 최고 시속 151㎞까지 나오는 등 건재하다는 평가다. 지난해보다 한층 강력한 구위를 기대케 한다.
이병헌 역시 지난해 두산 불펜의 새 기둥으로 떠오른 좌완 자원이다. 직전 시즌 최다 등판(77경기) 마당쇠 면모를 뽐냈다. 6승1패 2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9(65⅓이닝 21자책)를 기록, 좌완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의 경우 시범경기 난조에 정규리그 돌입 후 장염에 시달리는 등 삐끗하기도 했다. 열흘 휴식 후 1군에 돌아와 페이스를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좌타 저격수 역할도 탁월하다. 앞서 한화전만 해도 8회 초 1사 1, 2루 위기 상황을 이어받아 황영묵과 에스테반 플로리얼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둘을 거친 뒤엔 최종 관문이 기다린다. 바로 지난해 신인왕 클로저 김택연이다. 데뷔 첫해 60경기서 3승2패 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08(65이닝 15자책) 맹활약을 펼쳐 태극마크까지 거머쥐었다.
사령탑은 “김택연이 올 시즌 마운드에 오르면 상대가 경기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위력적인 투수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큰 기대를 내비쳤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개막 후 6경기 연속 무실점, 4세이브를 기록하며 새로운 끝판왕 등극을 노리는 중이다. 경기 중 실점은 없고, 더더욱 흔들림도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영하, 박치국, 김명신 등 중고참들도 힘을 더한다. 개막 직전 우측 팔꿈치 내측 인대 손상으로 이탈한 베테랑 홍건희도 마운드 복귀를 위해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계속해서 더 탄탄해질 뒷문을 기대해 봐도 좋은 대목이다.
4월 들어 타선이 깨어났고, 불펜은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하나씩 맞춰지는 퍼즐 조각들이 두산의 반격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두산 불펜의 현재이자 미래로 우뚝 선 최지강과 이병헌, 김택연이 그 중심에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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