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록의 ‘탱크’ 최경주가 준우승과 함께 올 시즌 최고 성적을 썼다.
최경주는 7일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러톤의 브로큰 사운드 올드코스(파72)에서 마무리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제임스 하디 프로풋볼 홀오브페임 인비테이셔널(총상금 220만 달러·약 32억원)에서 최종 합계 9언더파 207타로 단독 2위에 올라 준우승을 거뒀다.
충분히 트로피를 노릴 만한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다. 최종 3라운드가 펼쳐진 이날, 16번 홀(파5)까지 10언더파로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와 공동 1위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승부를 펼쳤을 정도.
뒷심에서 밀렸다. 카브레라가 17번 홀(파4)에서 버디를 건지며 달아날 때, 최경주는 스코어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이어진 최종 18번 홀(파4)에서 최경주가 보기로 1타를 잃으면서 카브레라의 우승에 쐐기가 박히고 말았다.
아쉬운 2타 차이 속에 최경주는 챔피언스 투어 6번째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시즌 최고 성적을 써내며 기분 좋은 상승세를 탄 것은 반갑다. 2월 트로피 하산 2세 4위, 3월 콜로가드 클래식 공동 8위에 이은 시즌 3번째 톱10 등극이기도 하다.
쏠쏠한 상금도 챙겨간다. 카브레라가 우승 상금 33만 달러(약 4억8000만원)를 가져간 가운데, 단독 2위에 오른 최경주는 19만3600달러(약2억8000만원)을 품었다.
PGA 통산 8승으로 한국 선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최경주는 2020년부터 만 50세 이상만 참가하는 시니어 무대인 챔피언스 투어에 입문했다. 바로 그해에 열린 퓨어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우승하며 또 하나의 한국 최초 기록을 써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브리티시 시니어 오픈 트로피까지 안으면서 최초의 시니어 투어 메이저 우승까지 빚어낸 상황. 이번 준우승과 함께 자신의 3번째 우승을 향해 다시 한번 고삐를 당긴다.

다음 달에는 국내 무대에서 한국 팬들과의 반가운 만남도 예정됐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다. 최경주는 지난해 5월 열린 이 대회에서 후배 박상현과의 2차 연장 접전을 뚫고 KPGA 통산 17승을 신고했다. 정확히 자신의 생일(5월19일)에 트로피를 들면서 최상호가 가지고 있던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2005년 KT&G 매경오픈·50세4개월25일)도 만 54세로 갈아치운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기록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한편 최경주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카브레라는 불미스러운 징역살이 이후 자신의 챔피언스 투어 첫 트로피를 획득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폭행하는 가정폭력 혐의로 2021년 체포돼 30개월의 징역을 살고 2023년 8월에 출소했다. 이듬해부터 다시 챔피언스 투어를 누볐고, 이날 첫 우승을 맛봤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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