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헤이수스도 잘해요.”
사령탑의 기대엔 다 이유가 있었다. 외국인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의 2025시즌 개막 초 활약이 심상치 않다. 마운드 위 안정감은 단연 으뜸이다.
어느덧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 아리엘 후라도(삼성)와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KT가 스토브리그 내내 왜 그렇게 치열하게 ‘베네수엘라 특급’ 영입에 사활을 걸었는지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겨울 전 소속팀 키움과 결별한 헤이수스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오자 복수 구단이 군침을 흘렸다. 직전 시즌 KBO리그에 입성한 뒤 30경기 동안 13승11패 178탈삼진 평균자책점 3.68(171⅓이닝 70자책)을 기록했다.
특히 QS는 20차례 달성하면서 리그 2위다. 그해 규정이닝 돌파 선수 20명 가운데 성공률(66.7%) 3위에 해당한다. ‘좌완’ 희소성과 함께 탈삼진 능력, 제구력까지 갖추는 등 강렬했던 활약으로 이미 검증을 마쳤다는 평가다.

KT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지금은 동료가 된 베테랑들마저 분주했다. 같은 국적 출신인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직접 나서 “같이 뛰자”며 설득에 나섰고, 주장인 포수 장성우도 이강철 KT 감독을 비롯, 팀 수뇌부에 영입을 강력 추천한 바 있다. 이에 팀은 총액 보장 100만 달러(계약금 20만·연봉 80만)를 꽉 채워 헤이수스를 품는 데 성공했다.
개막부터 존재감은 또렷했다. 지난달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정규리그 첫 경기 등판, 6이닝(94구) 2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몸 상태도 최고조다. 직구 스피드는 시속 153㎞까지 나왔다.
마운드서 맞대결한 상대는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였다. 막강한 구위를 앞세워 현시점 KBO리그 최고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폰세는 이날 5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이에 맞선 헤이수스는 묵묵히 자기 공을 던져 판정승을 거뒀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전 “폰세는 좋은 투수지만, 우리 헤이수스도 (그에 못지않게) 잘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말대로였다. 헤이수스는 계속해서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한화전 이후 롯데, LG 상대로 등판해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0.95(19이닝 2자책),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79다. 피안타율도 0.143에 불과하다. 지난해 키움서 한솥밥을 먹었던 후라도와 나란히 개막 3경기 연속 QS 행진 중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외국인 투수의 가치는 늘 그랬듯 KBO리그에서 절대적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세상이 다 변해도 불변의 가치를 뽐낸다. 선발 로테이션의 최일선을 책임지는 만큼, 흔들리기 시작하면 팀 전체도 덩달아 나비춤 추듯 휘청일 수 있다.
쿠에바스와 헤이수스 원투펀치를 꾸린 KT는 시즌 초반이지만 페이스가 좋다. 무엇보다 헤이수스의 묵직한 존재감이 KT 마운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겨우내 숨 가쁘게 달린 보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신입 에이스’의 진가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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