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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작가의 음담사설] 씽크홀에 빠진 최악의 콘서트, 모든 것이 인재

입력 : 2025-04-03 10:05:09 수정 : 2025-04-03 1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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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인 알타몬트 스피드웨이 콘서트가 1969년 12월 6일 열렸다. 그 해, 콘서트는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로 되어있었다.

 

무료 콘서트로 진행된 이날의 공연은 시작 전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사정으로 인해 개최 장소부터 여러 차례 바뀌는 진통을 겪었고 갖은 어려움 속에서 마침내 성사되었지만, 공연은 예정 시간보다 1시간이 넘게 지연되며 삐걱거리고 있었다. 관중들의 짜증과 항의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고 어쩌면 그렇게 비극은 준비되고 있었다.

 

콘서트는 점점 폭력적이고 끔찍한 현장으로 바뀌었고, 지금까지도 음악 역사상 최악의 순간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 콘서트 장소부터 문제였다. 알타몬트 스피드웨이는 경마장과 모터스포츠가 열리는 장소로, 콘서트에 최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그리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약 30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이 콘서트에는 롤링 스톤스뿐만 아니라 그레이트풀 데드, 제퍼슨 에어플레인, 산타나,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영 등 유명한 뮤지션들이 대거 공연하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형 콘서트에 맞지 않게 주최 측은 안전 문제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지 못했는데, 전문 경호업체를 고용하는 것이 아닌 북미 최대 오토바이 갱 조직이었던 헬스 엔젤스(Hell's Angels)를 고용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콘서트는 취약한 보안과 약물 및 알코올 중독 등의 문제들로 얼룩졌다. 주최 측이 고용한 헬스 엔젤스 조직원들은 콘서트 관객들에게 경호가 아닌 폭력을 사용했다. 사망 사고는 롤링 스톤스가 공연 중일 때 발생했는데 18세 흑인 청년이었던 ‘메러디스 헌터’가 총을 들고 무대에 오르려다 헬스 엔젤스 멤버의 칼에 찔려 사망했다. 결정적인 증거 덕분에 이 사고의 가해자는 정당방위로 풀려났지만, 이 사건은 영화화되었고 음악 역사상 최악의 사건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사건 이전에도 롤링 스톤즈는 팝계의 제일가는 악동 그룹이었다. 밴드는 기괴하고 과격한 무대 매너로 보수층의 비난의 표적이 되어있었고 갖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었다. 따라서 사건이 발생하자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롤링 스톤즈와 로큰롤 진영을 향해 일제히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로큰롤은 섹스와 마약 폭력으로 얼룩진 온갖 추악한 범죄의 온상이라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증명되었다’라며 연일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록 음악 진영은 위축되었다. 그리고 알타몬트의 비극은 로큰롤 위축의 시발점이자 중심이었으며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채 무언가를 강행하면 반드시 인재(人災)가 발생한다는 교훈을 준 사건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서울 한복판에도 비슷한 인재가 발생했다.

 

대형 싱크홀 사고로 인명사고가 서울 강동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름 20m의 아스팔트 도로와 지반이 갑자기 함몰되며 깊이 20m의 큰 구멍이 생겼고, 주행 중이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추락했다가 1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 사건이 있은 지 며칠 후 사건 지점에서 불과 직선거리로 850m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싱크홀이 발생했다. 그나마 소규모 함몰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계속되는 싱크홀 발생은 해당 지역의 지반이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실 이 싱크홀은 예방이 가능했단 보도가 많다. 특히 시민단체에선 ‘사고 전부터 바닥 균열 등 이상 징후가 있었고 여러 민원과 전문가 경고가 있었음에도 서울시는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지반침하 안전지도'에 따라 그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라며 책임소재를 묻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알타몬트 스피드웨이 콘서트와 싱크홀 사건의 공통점은 100%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고 생기지 않을 수도 있는 사건이며 누군가 사망을 했다는 점까지 시대와 장소만 다를 뿐. 판박이처럼 닮아있다. 우리는 왜 이런 인간의 부주의와 무관심으로 인해 매번 다치고 죽어야 하는가? 콘서트 관리를 조금 잘했더라면, 안전지도에 따라 관리를 조금 더 했더라면, 누군가의 목숨은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교과서적인 생각을 해본다. 

 

굳이 교과서적인 생각이라고 표현한 것은, 어차피 이 순간에도 인재는 또 발생할 것이고 그런 인재가 화재가 되어 푸르른 강산을 다 태워버렸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재는 죽는 그 날까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이승훈 작가(시시콜콜 세상 이야기를 음악으로 말하고 싶은 중년의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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