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챔피언결정전처럼 뛰어야죠.”
2위를 향한 희망, 절대 놓지 않는다. 정규리그 마침표까지 단 3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당장 눈앞에 트로피가 놓인 것처럼 뛰겠다는 각오다. KT가 4강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을 외친다.
살얼음판에 서 있다. 1일 현재 KT와 LG는 공동 2위(32승19패)에 올라있다.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순위가 뒤바뀔 정도로 치열하게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단기전, 4강부터 스타트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송영진 KT 감독은 “(2위를 위해) 남은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스 허훈이 선봉장에 선다. 챔피언결정전 모드다. 최우수선수(MVP) 출신이지만, 부상 여파로 시즌 중반까지 부침을 겪었다. 최근 5시즌 가운데 평균 득점이 13.9점으로 가장 낮다. 시즌 막판부터 부스터를 켰다. 최근 3경기서 평균 20.6점을 마크했다.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줄줄이 이탈하는 가운데에도 2위 싸움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다. 허훈은 “2위를 위해 한 경기 한 경기를 뛸 때마다 챔피언결정전을 뛰는 마음으로 임한다”며 “다음 경기도 잘해서 2위로 마무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챔프전 모드 허훈은 특히나 무섭다. 지난 시즌 생애 첫 챔프전에 오른 허훈은 5경기 평균 26.6점 6.0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46.3%를 기록하며 괴력을 자랑했다. 아쉽게 형 허웅(KCC)에게 우승 트로피와 MVP 자리를 내줬지만, 챔프전 활약은 허훈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동료도 허훈의 막판 퍼포먼스가 놀랍다. KT 아시아쿼터 가드 조엘 카굴랑안은 “허훈은 KBL 탑 포인트가드라 함께 뛸 수 있어서 정말 영광스럽다. 꼭 같이 우승했으면 좋겠다”면서 “코트 안팎에서 조언을 많이 해준다.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알려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막판 스퍼트를 내는 만큼 피로도가 쌓인다. 송 감독은 “(허)훈이나 (레이션) 해먼즈가 많은 시간을 뛰어서 쉬게 해주고 싶은데,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니 쉽지가 않다”며 걱정했다. 실제로 허훈은 정관장전에서 17점을 올렸으나 외곽슛을 1개(5개 시도)도 넣지 못할 정도로 3점슛 감각이 좋지 않았다.
문제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허훈은 “슛감은 괜찮은데 3점슛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았다. 많은 출전 시간으로 야투율이 좋지 않은 것 아니다. 사실 핑계를 대면, 장이 좋지 않아 제대로 먹질 못했다. 면역력이 떨어져 그런지 힘이 없다”면서도 “남은 경기까지 컨디션을 올려 좋은 경기력을 보이겠다”고 미소 지었다.

에이스 버튼을 누른 허훈이 KT의 마침표에 2위를 새길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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