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강하늘이 아닌 광기의 스트리머다. 강하늘은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스트리밍’에서 구독자 수 1위 범죄 채널 스트리머 우상을 연기했다. 영화는 우상이 풀리지 않던 연쇄살인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이를 실시간 방송으로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강하늘은 26일 “대본을 처음 보고 영화라는 매체에서 오랜만에 연극톤을 해볼 수 있겠다 싶어 신선했다. 보통 영화에서 대사는 많아도 3~4줄인데, 이번에는 대사만 한 페이지였다. 영화 대본에서 보기 힘든 일인데 이렇게 해봐도 재밌겠다 생각했다”고 작품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그야말로 변신이다. 강하늘이 맡은 우상은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과 허세로 둘러싸인 인물로, 늘 정장을 차려입고 헤어도 바짝 세운다. 목과 손등에 있는 문신이 굉장히 허세스럽고 날티나는 스트리머다. 강하늘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보여준 순박한 이미지와 각종 방송에서 언급된 미담 이미지와 상반되는 매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미지 변신을 염두에 둔 작품은 아니다.
강하늘은 “이번 작품은 이랬으니까 다음 작품을 저렇게 해야 한다는 전략적인 스타일이 못 된다. 그동안 재밌게 읽은 대본에서 나온 캐릭터가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뿐이다. 다른 캐릭터를 보여줘야겠다 해서 한 작품은 아니고 그냥 대본 자체가 재미있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상의 행동을 광기라고 정의하진 않았다. 이 친구가 원하는 것, 가진 욕망을 조금 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원래는 검은 정장에 넥타이 정도로만 설정이 돼 있었다. 그런데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기엔 너무 뻔한 캐릭터더라. 캐릭터성이 짙어야 사람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긴급 미팅을 잡고 ‘진짜 허세스럽고 표현하기 좋아하는 느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3피스의 과한 정장에 문신, 귀걸이를 시도했다”고 외형 콘셉트를 잡아간 과정을 자세히 얘기했다.
영화는 최근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렉카의 모습을 비춘다. 사이버렉카는 유명인의 사생활 혹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면서 논란을 조장하는 유튜버를 일컫는다. 우상은 범죄 사냥꾼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내세우지만 결국 사이버렉카에 지나지 않는다.
강하늘은 “우상을 연기하면서 사람들이 이 친구가 하는 일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려면 그 상황에서 내가 맞다는 식으로 연기해야 했다. 내가 그 상황에서 ‘이건 좋지 않은 거예요’라는 의도가 들어가면 얕은 수인 것 같다”며 “사실 우리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가지세요’라고 하는 건 주제넘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 번쯤 영화를 보고 핸드폰을 켜서 볼 수 있는 영상들을 조금만 더 다르게 받아들인다면 우리 영화가 몫을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상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도 라이브 방송으로 실시간 중계한다. 격렬한 몸싸움도 모두 보여준다. 라이브 방송에 미친 광인이다. 이러한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기 위해 영화는 원테이크와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됐다. 채팅창과 광고, 후원금 등의 요소들도 라이브 방송의 현실감을 더했다.
강하늘은 “롱테이크, 원테이크 기법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드라마 상속자들의 마지막 장면을 원데이크로, 영화 해적 때의 액션신을 롱테이크로 찍은 적이 있는데 즐거웠다. 그런 연출을 시도하는 게 배우뿐 아니라 감독님도 쉽지 않기 때문에 만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편”이라며 “이번 영화는 찍는 데 두 달 정도밖에 안 걸렸다. 카메라가 한번 돌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를 해야 했다. 호흡이 길다 보니 연극했던 때도 생각이 나고 재밌었다”고 돌아봤다.
2007년 드라마 최강 울엄마로 데뷔한 강하늘은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17년 9월부터 2019년 5월까지 군백기를 가졌음에도 전역 후 곧바로 동백꽃 필 무렵에 참여했고 지금까지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강하늘은 “어릴 때 딜레마가 있었다. 관심의 중앙에 들어가는 걸 정말 안 좋아하고, 남들 앞에 서 있는 걸 못 버텼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이면서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배우 강하늘과 인간 김하늘(본명)의 스위치를 만드는 것”이라며 “촬영할 때는 강하늘로 스위치를 켜고, 집에서 온전히 쉴 땐 김하늘의 스위치를 켠다. 집에 들어가면 휴대전화를 아예 보지 않는다. 온전히 쉬고 나의 행복을 찾아야 배우 강하늘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계속 강하늘처럼 살았다면 금방 나가떨어져 나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웃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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