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뻔한 농구를, 펀(FUN)한 농구로 바꾸겠다.”
SK가 축포를 터트렸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1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DB와의 ‘2024~2025 KCC 프로농구’ 원정경기서 75-63(21-9 16-23 15-18 23-13) 승리를 거뒀다. 이날 전까지 매직넘버 2를 남겨두고 있었던 상황. 앞서 2위 LG가 KT에게 패한 데 이어 SK가 승전고를 울리며 하루에 숫자 두 개가 지워졌다. 구단 역대 4번째 정규리그 우승이다. 2012~2013, 2019~2020, 2021~2022시즌 그리고 이번 시즌 영광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새 이정표를 세우는 순간이었다. 역대 최소경기 우승 확정(54경기 체제 기준)이다. 46경기 만에 순위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종전까지는 동부(DB 전신)가 2011~2012시즌 달성한 47경기를 1경기 앞당겼다. 직전 경기였던 14일 DB와의 홈경기서 패하며 사상 첫 5라운드 우승 확정의 기회를 놓쳤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기록을 떠나 1위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다. SK표 속공과 특유의 뒷심, 탄탄한 수비력이 더해져 기어이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도 중요한 순간마다 안영준(19득점)과 김선형(17득점)이 해결사 역할을 해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우승후보까지는 아니었다. 미디어데이에서도 SK는 다크호스 정도였다. 각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DB와 KCC, KT, 현대모비스 등에게로 표를 던졌다. 오프시즌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적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허일영(LG)이 자유계약(FA)으로 LG로 이동했다. 2옵션 외인의 경우 견실한 리온 윌리엄스 대신 포워드에 가까운 아이재아 힉스를 영입했다. 전희철 SK 감독은 “뻔한 농구를 펀(FUN)한 농구로 바꾸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리그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라운드에서부터 7승2패로 치고 나섰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예상보다 높은 순위”라면서 “1라운드에 부상 이슈가 있는 팀이 많았다. 우리는 특별한 악재가 없었기에 상위권에 있는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겸손한 말과는 달리 점점 더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12월29일 KCC전부터 지난 1월23일 현대모비스전까지 무려 10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자밀 워니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워니는 2019~2020시즌부터 벌써 6번째 시즌을 SK와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은퇴를 예고,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여전히 최정상 기량을 자랑하고 있지만 가족을 위해 농구공을 내려놓기로 한 것. 온 힘을 다해 마지막 불꽃을 터트렸다. 전 경기에 나서 평균 35분(34분25초) 가까이 뛰며 23.5득점(1위) 12.3리바운드(2위) 등을 기록했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를 비롯해 1, 2, 4라운드 MVP를 싹쓸이하며 포효했다. 외국선수상도 사실상 예약해놓았다. 그보다는 역대 두 번째로 만장일치가 나올지 여부가 관심사다.
국내 선수들도 분발했다. 워니와 함께 김선형과 안영준이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국내 MVP 집안싸움에 한창이다. 김선형은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부상과 아시안게임 후유증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평균 30분 이상 코트 위를 누비며 13.5득점 4.6어시스트 등을 자랑했다. 지난 9일 통산 8000득점을 넘겼다. 안영준 역시 평균 34분17초 동안 14.5득점 6.0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마크, 만능열쇠로 불리는 중이다. 9일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서 트리플더블까지 달성했다. 국내 선수로는 2022년 함지훈(현대모비스) 이후 3년 만이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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